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 이후 폭등하는 부동산을 잡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안 전 의원의 발언과 보수 통합 선 긋기에 나선 행보가 겹치면서 안 전 의원이 '좌클릭'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의원은 22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찾아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과 함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와 관련한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뒤 "(부동산을 잡기 위해) 현 정부가 미루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도 불리는 만큼 이같은 안 전 의원의 발언과 보수 통합에 선을 그은 모습이 좌클릭을 위한 전략적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안 전 의원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보수 통합 러브콜에 선을 그었다. 심지어 '보수 빅텐트'를 만들기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자신의 측근이었던 인사들이 합류했음에도 안 전 의원은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혁통위에 참여 중인 안 전 의원의 측근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20일 혁통위 회의에 참석해 "안 전 의원이 문 정부의 폭주를 저지하고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저도 적극 지지하고 동감한다"며 "그리고 실용적 중도정치를 표방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점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서 혁통위에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박형준 혁통위원장은 "30년 전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통합과 같은 결단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가능성도 살리고 정권 심판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여망도 받드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은 정치공학적인 통합 논의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며 혁통위 참여를 거절해왔다.
안 전 의원이 귀국 후 첫 행보로 지난 20일 광주를 찾은 것도 눈길을 끈다. 이날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안 전 의원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영·호남의 화합,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호남에 기반한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옳은 길을 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신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서운하셨을 것이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찾은 행보도 좌클릭을 위한 본격적 행보라는 시각이 있다. 안 전 의원은 귀국 다음날 곧장 김 전 위원장을 만나 '공정'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경실련을 만난 자리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등에 대한 진보적 정책 중심의 논의를 이어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안 전 의원이 완전한 시장경제주의자로 보이지는 않았다"면서 "예전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대표를 맡을 때도 시장경제보다는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원인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많은 것"이라며 "원인 치료를 하지 않고 가격을 통제하면 가격은 다시 왜곡 현상이 일어나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심지어 이번 발언은 안 전 의원이 여전히 준비가 안 된 것인가라는 인상까지 준다"면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오해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야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나쁘다는 것이 교과서에도 나와있는 이야기"라며 "전시상황도 아니고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이 모르고 한 것인지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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