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땐 세계 GDP 0.1% 끌어내려…이번엔 연간 최소 수백억弗 피해

입력 2020-01-22 17:54   수정 2020-01-23 01:46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는 중국 우한 폐렴으로 세계 경제가 연간 수백억달러 규모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는 작을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통신은 2003년 중국에서 시작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와 2014년 아프리카에서 퍼졌던 에볼라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가져온 피해 사례들을 근거로 우한 폐렴이 미칠 충격을 22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빅토리아 팬과 딘 재미슨, 래리 서머스 등 세계적 경제학자들은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한 연간 손실은 대략 5000억달러로 전 세계 수입의 0.6%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여기엔 수입 감소뿐 아니라 사망자 발생 비용도 포함됐다. ‘미래를 위한 세계 건강 위험 체계 위원회’는 2016년 연구에서 세계적인 전염성 질병으로 경제 비용이 연간 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 중앙은행 이사를 지낸 경제학자 워윅 매키빈과 한국의 이종화 교수는 논문을 통해 2003년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400억달러로 추산했다. 국제항공협회(IATA)는 2006년 5월 브리핑에서 사스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1%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전염병이 증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사스 발생을 보고한 뒤 중국 증시는 하락세를 보이다 6개월 만에 하락분을 만회했다. CNBC방송은 경제 분석가들을 인용해 “아직 초기지만 우한 폐렴은 환자의 약 10%를 사망하게 한 사스만큼 치명적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시장에 미칠 영향은 사스 사태 때보다 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관리회사 QMA의 에드 키언 수석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종종 재앙 그 자체보다 재앙의 가능성에 반응한다”며 “과거 이런 일들을 겪은 중국은 질병을 더 잘 억제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UBS도 “하락세는 일시적이라고 본다”며 부정적인 뉴스가 이어지더라도 시장에 대한 영향이 올해 봄께는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BC는 사스 사태와 달리 이번 우한 폐렴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확인됐으며 중국 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한 억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 같은 전망의 근거라고 전했다. 다만 오는 3~4월께 우한 폐렴이 정점을 찍을 경우 주식시장에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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