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군 최초 '트렌스젠더' 부사관 결국 전역…"계속 복무할 수 없어"

입력 2020-01-22 16:02   수정 2020-01-22 16:03


육군이 국군 역사상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부사관 A 하사에 대해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은 22일 오전 A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심사위에서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육군과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경기 북부 한 부대에 복무 중인 A 하사는 지난해 12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A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 장기간에 걸쳐 심리상담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하사는 현재 부대에 복귀한 뒤 수술 후 진료를 위해 군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군 병원은 A 하사에 대한 의무조사를 실시한 뒤 군 인사법 시행규칙의 심신장애 등급표를 근거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군인사법상 남성 군인의 성기 및 고환이 상실되는 경우는 심신장애 3급 처분을 받는다.

이후 육군은 A 하사에 대한 전공상심의에서 본인이 스스로 장애를 유발한 점을 인정해 비전공상판정을 내렸고 이날 전역심사위를 진행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현행 법령이 군에서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주체성장애'로 취급하고 있기는 하나 이미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관한 지침이나 규정은 전무하다며 A 하사의 전역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수술 후 회복만 이뤄지면 정상 복무가 가능하고 당사자 역시 군인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A 하사를 전역시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의 전역 조치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21일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A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도록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현역 복무 중 성전환자에 대한 별도의 입법이나 전례가 없었고 해당 부사관의 성전환 수술행위를 신체장애로 판단해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은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행위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육군 측은 전역심사위를 예정대로 진행했고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 관계자는 "인권위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 신청 등 개인적인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영 생활 전반에 걸쳐 장병들의 인권 및 기본권이 보장되고 부당한 차별과 대우를 받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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