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진 '정의선 체제'…업계 "연내 지배구조 개편 추진할 듯"

입력 2020-01-22 17:47   수정 2020-01-23 01:47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 3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중단됐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엘리엇이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다. 증권시장과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이르면 연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초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는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경영 실적을 정상화하는 데 집중했지만 작년 4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자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2018년 9월 출범한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충분히 자리 잡았고, 마침 엘리엇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걸림돌이 대부분 없어졌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개편안을 내놨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이 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한 달 뒤 엘리엇이 끼어들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외국인 주주들도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면서 현대차그룹은 결국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중단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2018년 때 추진했던 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오너 일가→현대모비스(존속법인)→현대차→기아차 등의 구조로 이어지는 방안이다. 다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 등 세부 내용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투자회사 및 사업회사로 쪼갠 뒤 합병하거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쳐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 공정거래법상 규제 탓에 여러 계열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며 “발 빠른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인 미래차 시장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트랜시스 등 일부 계열사의 사업 영역을 조정하는 구조 개편도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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