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행사에서 기대했던 토론은 보이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청년수당은 청년에게 자신감을 주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배워가는 정책”이라며 서울시를 칭찬했다. 서울시 간부에게서나 나올 법한 이 말을 한 전문가는 알고 보니 서울시 조직인 청년청과 서울시 청년정책을 만드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서울청년시민회의)의 운영위원장이었다. 그가 전문가로 참여해 서울시 입장을 거꾸로 대변한 것이다. 그는 과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일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신년 업무보고는 어떻게 준비됐을까. 서울시는 지난주 내부적으로 참가자를 추려 참석을 요청했다. 그리고 상당수 실·국·본부에서 참석 의사를 밝힌 사람들로부터 미리 질문지를 받았다. 이 중 질문 10여 개를 추려 예상 질문을 작성했다. 한 실·국·본부에서는 업무보고 당일 정해진 질문자를 찾는 긴급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니 질문도 답변도 신선할 수 없었다.
물론 시민들의 질의응답 자체가 칭찬일색인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를 감시해야 할 기자 관점에서 생각해보지 못한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서울시 관련 단체에서 일하면서 서울시에 보고하는 관계자들이 질문을 하면 신선한 목소리와 ‘객관적’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결국 정책 수요자들의 신선한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사실상 정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린 정책 홍보 자리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년 업무보고는 통상 실·국·본부장이 보고를 하면 박 시장이 질문과 아이디어를 던지고 정책방향을 가다듬는 자리다. 그렇게 40조원 예산을 보유한 서울시의 한 해 정책방향이 결정된다. 하지만 시민의 대표로 의견을 내야 할 박 시장은 이날 아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대신 행사 말미에 자화자찬하듯 이렇게 말했다. “답하는 공무원들도 대단하네요. 처음 해봐서 걱정했는데, 실력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한 시민에게 소감을 물었다. “짜고 치는 게 너무 뻔해서 제출한 질문지와 달리 궁금한 걸 묻고 싶었는데 그럴 틈이 없더라고요.” 토론이 아니라 각본대로 짜인 말잔치로 끝난 업무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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