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활력 빼앗는 '복지 포퓰리즘' 멈춰야

입력 2020-01-22 18:27   수정 2020-01-23 00:11

주민들은 1년에 한두 차례 옷을 받고, 근로자들은 작업복을 한두 벌씩 지급받는다. 교원, 기사 등은 3~4년마다 양복 옷감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하복·동복이 한 벌씩 염가로 제공된다. 국가 유공자들과 고아원·양로원에 수용된 무의탁자들은 무료로 의료혜택을 받는다. ‘보편적 복지국가’ 북한의 얘기다. 1945년 창립한 조선노동당은 사회보험을 통한 부강한 복지국가 건설을 표방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북한의 복지는 거꾸러졌다. 생산수단의 국유화와 공익에 기초한 계획경제의 재정결핍 때문이었다. 복지는 실패했고 주민들의 고단한 삶은 시작됐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줘라.” 1981년 사회당의 총선 승리로 집권한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전 계층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출근시간 대중교통비 무료, 심지어 월세까지 지원하는 사회복지로 국민을 열광케 했다. 집권 8년간 연평균 5.2%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은 1.5%로 추락했지만 공짜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교체된 정권의 복지개혁에 시큰둥했고, 제도개혁은 노조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무상복지의 달콤함은 1993년 파판드레우를 다시 집권시켰고 복지 포퓰리즘은 계속됐다. 늘어난 부채로 국가부도에 직면해 2010년부터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그리스는 지금 유럽연합(EU) 평균의 5배가 넘는 청년실업률, 3분의 1로 줄어든 소득으로 허덕이는 빈곤한 나라가 됐다.

복지예산을 늘리면 서민의 삶이 좀 나아질 수는 있다. 양극화가 심한 사회일수록 계층 간 갈등도 완화시킨다. 그러나 이는 경제성장이 지속가능한 수준을 유지할 때나 가능한 얘기다. 각종 복지로 공짜에 익숙해진 국민은 그 안온함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다. 국가가 일자리는 물론 의식주까지 보장한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이는 몰락한 사회주의 공산국가들이 걸었던 길이다. 개인의 의무와 책임에 앞서 국가에 의지하는 성향은 경계해야 한다. 복지 확대는 정부의 역할을 키운다. ‘전능한’ 정부에 기대는 국민이 늘어날수록 기업가 정신과 근로 의욕은 꺾인다.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사회보장의 기본철학이 담긴 베버리지 보고서(1942)는 복지정책의 목적을 ‘궁핍의 해소’로 규정한다. 결핍, 질병, 나태, 무지, 불결의 해소를 위한 차별적 빈곤복지를 골자로 하는 구빈(救貧)사상이다. 우리 복지정책은 지나치게 보편적이다. 지난해 10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고교 무상교육이 1년 앞당겨지자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세금 낼 사람이 줄어들어 긴축재정이 필요한 시기에 되레 복지 확대가 대세다. 최근 정부는 뇌·뇌혈관 MRI를 찍을 때 자기부담금을 다시 80%로 높였다. 올 1분기에 4000억원 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기금이 내년이면 고갈된다. 2022년 누적적자가 11조원에 이르는 인구통계의 추계를 보건복지부가 심각히 검토한 결과다. ‘문재인 케어’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평등을 자유보다 앞세우는 사회는 결국 평등도 자유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경고다. 개인의 복지를 과도하게 국가에 의존하는 나라는 경쟁력이 쇠약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삶도 고단해진다.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한다는 160년 전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진보의 탈을 쓰고 아직도 유령처럼 세계를 떠돌고 있다.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표심을 겨냥한 복지공약은 더 난무할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학등록금 지원에 이어 무상교복 지원책들이 의회까지 통과했다. 재정부족을 정부 교부금으로 메우는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국가부채를 늘려 팽창예산을 운영하는 정부의 복지 포퓰리즘에는 예정된 결말이 있다. 실패한 사회주의 복지국가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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