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에는 라디오 스케줄이 특히 많아요. 연휴 동안 하루 두세 개씩은 라디오 방송을 할 것 같아요. 제가 귀성길을 즐겁게 해 드리겠습니다.”
트로트의 인기가 부쩍 높아진 요즘 트로트 가수 윤수현은 설 연휴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생겼다. 빡빡한 스케줄에 지칠 법도 한데 그는 “트로트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행사 하나를 가면 네 개를 따오겠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윤수현이 설을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로 인사를 왔다.
2014년 데뷔곡 ‘천태만상’을 발표하고 활동을 본격화한 윤수현은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재기발랄한 퍼포먼스, 밝은 성격과 재치 있는 말솜씨까지 갖춘 만능 스타다. 신나게 반복되는 리듬, 랩처럼 빠른 박자와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는 가사가 인상적인 ‘천태만상’은 초등학생부터 중·고교생, 어른들까지 좋아하는 인기곡. 한 온라인 방송에서 여고생이 부른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차트 역주행도 했고, SNS 누적 조회수는 1500만을 넘어섰다. 지난해 공중파TV와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방송된 노래로 뽑히기도 했다. 윤수현은 ‘트로트 황태자’ 박현빈, 대선배 남진과 협업 앨범을 잇달아 발매해 주목받기도 했다.
리액션 부자…TV 출연 요청 쇄도
지난해 불어닥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의 인기도 윤수현의 활동에 힘을 불어넣었다. 행사나 성인가요 방송 출연 위주였던 활동 범위가 최근에는 TV 예능으로 넓어졌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를 준비하는 유재석을 돕는 ‘족집게 선생님’으로 활약했다. 귀에 쏙쏙 박히는 원포인트 레슨과 ‘리액션 부자’의 면모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출연 요청을 받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 싶었죠. 축제를 기다리는 것처럼 즐겁고 흥분한 마음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편집(삭제)되지 않을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가서 적절하다 싶은 질문들을 탁탁 던졌죠. 예명을 짓는 것도 제가 제안했어요. 적어도 내가 출연했을 때 시청률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촬영했습니다.”
최근 이경규·김구라·허재가 진행하는 JTBC ‘막나가쇼’에서는 자신의 소장품을 통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기도 했다. 윤수현이 꺼내놓은 물건들은 분필, 하얀 가운, 경매 낙찰봉, 타로 카드 등 다양했다. 학원 선생님부터 병원 직원, 경매사, 타로카드점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그의 고단한 삶을 짐작하게 했다. 윤수현은 “차분하게 인생을 총정리해 보는 느낌이었다”며 “방송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소지품 중엔 MBC 대학생 트로트 가요제 대상 트로피도 있었다.
“이 트로피 덕분에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고 결국엔 잘 활동하고 있구나 싶어 울컥했어요. 상을 탄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역경을 겪었나 싶기도 하고,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대견하기도 했죠. 천진난만하게 노래 부르던 예전도 생각나고 그때처럼 노래해야겠다는 초심도 다시 한 번 새겼어요.”
“트로트 세계화가 꿈이에요”
윤수현은 팬들과의 소통 창구를 넓히기 위해 지난해 6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방송 뒷얘기, 브이로그(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마마무 등 아이돌그룹 노래를 트로트로 구수하게 바꿔 부른 커버 영상도 올린다.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줘서 감동했어요. 젊은 아이돌 가수를 어르신들은 잘 모를 수 있는데 제 영상을 통해 아이돌 노래를 접하게 된다면 세대 간 화합을 이루는 데 일조하는 것 아닐까요? 하하. 아이돌 노래로 트로트 메들리 앨범을 내는 것도 신선할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과 찰떡 같이 호흡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는 윤수현. 그는 “점잖은 자리는 진중하게, 신나는 자리는 흥겹게, 내 공연은 ‘하이브리드 관객만족형’”이라며 “관객들이 졸도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저는 하나지만 저를 보러 오신 관객들의 시간을 다 합치면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분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멋진 무대를 선보여야죠. 링에 오른 복서가 강펀치를 날리듯 관객들을 흥으로 KO시키겠다는 각오로요.”
윤수현은 올해 신곡을 내고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활동도 늘릴 계획이다. 그는 “지금보다 더 바빠지면 힘들 것 같긴 하다”면서도 “세계적으로 트로트를 알리는 게 꿈”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2020년엔 더 좋은 일들 가득하길 바랍니다. 제 노래를 들으시면서 함께 손 붙잡고 힘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건강 챙기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김지원/사진=서예진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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