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에도 코스피지수는 상승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 경기가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국내 5대 증권사(자기자본 기준)의 분석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동향이다. 연휴를 앞두고 블랙스완(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우한 폐렴' 사태도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24일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 상반기에 최대 240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이 5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 의견을 구한 결과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2020년 상반기에 코스피가 24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전날 종가인 2246.13보다 6.85%의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2300 중후반대 고점을 점쳤다.
연초 이후 코스피는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양국은 1단계 합의안에 서명하고, 2단계 합의를 준비 중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세계 교역에 악영향을 줘 경기둔화를 부추겼다. 양국의 화해 분위기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기대케 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상반기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주요 이슈로 미중 2단계 무역협상을 꼽았다.
미래에셋대우는 "2단계 협상에서는 지적재산권, 환율제도, 금융시장 개방, 보조금 지급 문제 등 중국의 구조 변화를 도모하는 좀더 어려운 내용들이 안건으로 올라온다"며 "협상 과정에서 양국 마찰이 불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를 이전에는 예전처럼 높은 수준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2단계 협상의 마찰로 큰 폭이 주가 하락이 발생할 위험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KB증권은 미 대선과 관련해 주의깊게 봐야 할 이슈로 미국 민주당 경선을 꼽았다. 민주당은 다음달 3일 오하이오주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한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경우 대형 은행의 해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샌더스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금융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세계 경기회복세·반도체 동향
미중 간의 화해 분위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와 반도체 업황이다. 경기 회복세가 아직 그리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지적학적 위험, 중국 우한 폐렴의 확산 등이 경제 회복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 경우 증시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은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우한 폐렴이 2020년 중국 경제의 블랙스완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실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우한 폐렴이 창궐한 것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춘절 연휴는 중국 내수 시장의 '대목'이다. 지난해 춘철 연휴에 소매와 요식업은 1조위안(약 16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관광업계는 5139억위안(8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방한 중국인들을 기다리는 국내 중국 소비 관련주에도 부정적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의 방향성도 중요하다. 미국 경제지표는 지난해 하반기 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한 이후 시차를 두고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ISM 제조업지수는 여전히 하락세다. KB증권은 "ISM 제조업지수의 부진은 미 보잉의 737기 생산중단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2~3월께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경제회복 지속 및 경기부양책 시행 여부도 주목할 이슈다.
◆ 4월 총선·한국은행 추가 금리인하
올 상반기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대내적 요인은 오는 4월15일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여부다.
한국투자증권은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조기 시행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은행이 2019년 하반기 두 차례의 금리인하에 이어 2020년에도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여전히 미진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다시 채권 매입(양적완화)을 시작했고, 한국도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이 풍부해지고, 코스피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2.2%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배당을 노릴 수 있는 대형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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