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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알아야 할 것은 회계법인이 경제성을 평가하더라도 회계법인의 의지가 보고서에 반영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돈 주는 데 명령이 온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기업을 유지할지, 청산할지를 놓고 두 주체가 가치평가보고서를 열 차례 넘게 발행했다. 결과는? 규모가 큰 회계법인에서도 의견이 최대 2조원대 가까이 벌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늘 발주하는 주체의 의도에 맞게 보고서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정교한 가정과 아름답고 복잡한 현재가치평가는 늘 원하는 쪽의 작품이 된다. 가치평가보고서는 회계감사와 달리 작성 주체의 독립성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의 책임을 회계법인에 돌리는 한국수력원자력의 태도는 만천과해(瞞天過海)일 뿐이다.
처음 보고서에서는 원전 가동률을 70%로 할 때 약 1380억원의 순편익이 발생하는 반면, 정지하는 경우 약 399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므로 가동을 유지하면 1779억원의 이득이 생긴다고 제시했다. 그런데 두 번째 보고서에서는 가동 편익이 1471억원이나 감소했다. 도대체 이런 수치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가치평가보고서는 가정이 중요하다. 미래현금흐름의 크기, 시기 및 불확실성을 추정할 때 전부 ‘가정’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정보나 상황을 반영해 보고서를 수정할 때는 그 수정 사유가 미래현금흐름을 기존 보고서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돼야 한다. 이때 새로운 정보나 상황은 외생변수 등 필수불가결한 사항이어야 한다. 월성 1호기의 평가보고서가 수정되면서 원전가동의 순편익이 쪼그라든 이유가 원전가동률에 대한 가정 변화와 전력판매단가의 변경 때문이라면 해당 가정 변화가 합리적이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월성 1호기의 가동률이 낮았던 이유는 최근 발생한 지진의 여파였을 수 있다. 이는 외생변수로 충분히 합리적인 사유다. 하지만 탈(脫)원전 정책 탓에 가동률이 낮아졌다면 이는 월성 1호기의 미래현금흐름을 평가할 때 반영해선 안 된다. 즉 “탈원전 정책을 시행해서 원전가동률이 낮아질 것이므로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전력 판매단가가 낮아진 이유가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단가 상승으로 인해 원전에 낮은 판매가격을 요구한다는 것은 원전의 경제성을 자인하는 꼴이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우발적인 사건에 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시행해 국가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시민이 비싼 전력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국 곳곳에 푸른 산림 대신 태양광 발전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탈원전 정책은 누구의 발상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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