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
"부동산 대책이 오랜 세월 동안 그대로 효과가 계속 간다고 볼 수 없다. 지금의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다. 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부터 '서울 집 값 잡기'를 목표로 강도 높은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시장 과열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2017년 8·2 대책, 2018년 9·13 대책, 2019년 12·16 대책과 분양가 상한제 등 매년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과 제도 변경으로 거래는 위축됐지만, 뛰는 집값은 못 잡고 시장 불안만 가중시켰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규제로 변동성 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들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되레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서울 집값은 계속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최근(지난 13일 기준)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46% 올랐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 즉 중간값은 지난해 말 기준 8억9751만원(KB국민은행 통계 기준)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보통 수준의 아파트를 사려면 9억원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017년 5월(6억635만원) 이후 3억8000만원 넘게 뛰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 강남구 아파트 중위값은 2017년 12월 8억150만원에서 5년이 지난 작년 12월 16억1000만원으로 두 배 급등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10억1750만원) 이후만 따져도 6억원가량 올랐다. 아파트 별로는 수십억원씩 뛴 곳도 수두룩하다.
집값은 매월 폭등한 반면 거래량은 연간 기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3구 아파트 연간 거래량은 2015년(2만371건)과 2016년(1만9125건), 2017년(2만643건)까지 2만건 전후를 기록했다. 그런데 2017년 5월 문 정부 출범 이후 하반기 각종 부동산 규제 대책이 나오고, 2018년과 2019년 각각 1만1228건, 1만2973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잦은 정책 변경과 규제 강화가 뛰는 집값은 못 잡고 결국 거래를 위축시켜 나라 전체의 경기만 싸늘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매매거래는 줄었다“면서도 ”보유세 상승 등 요인과 상한제 등으로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주요 인기지역의 공급 축소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특정 지역의 가격만 크게 오른 것이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더' 강력한 추가 대책 나올 가능성 높아
지방 부동산시장도 거래 절벽과 일부 고가 주택의 급등세가 번갈아 나타나는 등 시장 불안정성으로 시름하는 중이다. 서울을 강력하게 규제하자 시중 유동성이 규제가 적은 지방으로 밀려가는 풍션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서울 거주자의 관할 시도외 전국 아파트 매입건수는 총 4365건으로 올해 가장 높은 수치까지 치솟았다. 지난 6월 1893건과 비교해 반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부산의 경우 서울 거주자가 주도한 손바뀜은 449건 일어났다. 연초(159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 큰손들은 대전에서도 127건을 사들이며 1월 대비(53건) 약 140% 매입량을 늘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일부 광역시에선 투자가치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중형 면적(전용면적 84㎡ 기준) 아파트값이 10억원을 웃도는 등 초슬림한 형태의 양극화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서울과 경기 일부 특정 지역 가격 상승세를 근거로 한 전반적인 규제 확대 정책을 재검토하고 지방 규제지역 지정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부 측의 최근 잇따른 부동산 규제 관련 발언을 감안하면 올해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월세 상한제, 세부담 강화, 규제지역 확대 등이 추가 대책안으로 꼽힌다. 서울 목동 등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다시 꿈틀거림에 따라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하는 등 재건축 규제 강화도 검토 대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살 집은 없는데 가격은 많이 올라 실수요자가 많은 서민들만 내 집 장만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불필요하게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거래가 정상화돼야만 주거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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