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계로 번지는 '디젤 게이트'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입력 2020-01-25 07:45   수정 2020-01-25 17:46


‘디젤 게이트’가 일본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독일 검찰이 디젤자동차 배기가스 장치를 조작한 혐의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독일 사무실 등을 전격적 압수수색한데 이어 네덜란드 육상운송 당국은 스즈키의 디젤 차량이 배기가스 규정을 위반했다며 개선명령을 내렸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네덜란드육상운송 당국은 스즈키와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의 디젤 차량에서 배기가스 제어 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시험 때와 달리 배기가스 제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준치의 몇 배나 되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육상운송 당국은 스즈키에 대해 유럽에서 판매에 필요한 형식인증 취소절차에도 착수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스즈키의 ‘비타라’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프 그랜드 체로키’ 모델이 배출가스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네덜란드 당국은 스즈키 차량에 대해 유럽 판매에 필요한 형식 인증 취소 절차에도 들어갔습니다. 배출가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디젤 차량은 유럽에서 판매도 금지됩니다.

네덜란드 당국은 2017년 7월 스즈키 등이 배기가스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승용차를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네덜란드 당국의 소프트웨어 수정 지시가 나왔지만 스즈키 차량 등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최근 독일 검찰이 미쓰비시자동차가 디젤 차량 배출장치를 조작했다고 보고 전격적으로 미쓰비시의 독일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네덜란드에서 사실상 스즈키의 디젤차가 퇴출 작업에 들어가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스즈키 측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도 2018년부터 유럽시장에서 디젤 차량 생산을 중단한 만큼, 네덜란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스즈키 신차 판매에는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일본차 업계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끼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배출가스 부정이 의심되는 차량이 국내에 있는지 여부와 네덜란드 당국이 지적한 정확한 문제점 파악 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폭스바겐 등 독일차 업계를 중심으로 재기됐던 ‘디젤 게이트’가 뒤늦게 일본 차 업계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사태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얼마나 정직하고, 믿을 수 있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해 왔는지를 살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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