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 탄소세 부과 땐 보복"…디지털세 이어 무역갈등 뇌관

입력 2020-01-27 17:53   수정 2020-01-28 01:35

유럽연합(EU)이 주요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미국이 관세 등 보복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추가 세금을 매기는 ‘디지털세’에 이어 탄소세가 미국·EU 간 무역 갈등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세가 디지털세처럼 EU의 보호무역을 강화한다면 미국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미국의 대응으로 징벌적 관세 적용 등을 예상했다.

로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환경 문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최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탄소세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세금’이라고 비판했다.

FT는 탄소세가 미국과 유럽 간 무역협상에서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과의 협상이 일단락되면서 유럽과의 협상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2018년 7월부터 EU에 농축산물·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 관세 인하, 비관세 장벽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EU의 환경정책 등을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는 탄소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EU는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내걸고 역내 기업들에 적용하는 환경 기준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2일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탄소 감축 비용을 추가로 들이는 EU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면 상대국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탄소배출 1위 국가는 중국이다. 세계 배출량의 2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미국(14%)과 인도(6%) 등이 뒤따르고 있다.

미국은 EU 소속 국가들의 ‘디지털세’ 부과 시도에도 반발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 대기업들이 유럽에서 큰 이익을 내면서도 본사가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EU 국가들이 추가로 부과하려는 세금이 ‘디지털세’다.

프랑스는 ‘디지털세’로 자국 내 매출의 3%를 부과하는 계획을 추진하다가 미국과의 협상 끝에 ‘디지털세’와 미국의 프랑스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상호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도 디지털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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