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부족하다고?…점심시간 '수면카페' 가볼까

입력 2020-01-28 16:25   수정 2020-01-29 03:06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일하는 우모씨(30)는 야근한 다음날 종종 역삼동의 한 수면카페를 찾는다. 시간당 6000원만 내면 커튼으로 둘러싸인 13㎡ 남짓한 공간에서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침대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우씨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낮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자면 오후 근무가 훨씬 수월하다”며 “사내에선 낮잠 잘 데가 마땅치 않아 수면카페를 주 1~2회 정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명동, 강남 등 서울 도심 곳곳에 직장인을 겨냥해 수면카페, 힐링카페 등이 생겨나고 있다. 별도의 수면 공간을 두고 있는 카페가 강남역 인근 네 곳, 명동 인근 세 곳이 생겨났다. 수면카페는 다른 카페와 달리 천장 조명을 거의 켜두지 않는다. 침대가 딸린 개별 공간마다 별도 조명을 마련해두고 이용자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도록 하고, 귀마개와 안대, 담요도 제공한다. 강남역에 있는 한 수면카페 점주는 “손님 대부분이 30대 직장인”이라며 “한 시간 정도 짧게 단잠을 청하려는 사람들로 점심시간대에 붐빈다”고 말했다. 수면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일정 시간 동안 만화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만화카페’와 안마의자를 갖춘 ‘힐링카페’ 등 이색카페들도 손님들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다.

이처럼 수면카페가 생겨난 데는 과도한 업무, 만성스트레스, 불면증 등으로 수면부족 현상을 겪는 직장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5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6분이었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회원국 평균 수면시간인 8시간22분보다 2시간16분가량 적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4년 41만5502명에서 2018년 56만8067명으로 4년 새 36.7% 늘었다.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수면산업 관련 시장은 성장세다. 장준기 한국수면산업협회 부회장은 “수면의 질을 중시하다보니 수면카페 등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개인의 수면 패턴을 기록·관리하는 침구류와 숙면을 도와주는 인테리어 산업 등으로 수면 관련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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