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직불금도 1兆 늘려 2조4500억…공익 명분에 농민지원 갈수록 확대

입력 2020-02-05 17:51   수정 2020-02-06 02:39

정부는 쌀 직불금 제도를 올해부터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면서 지원 규모를 1조4000억원에서 2조45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쌀뿐만 아니라 밭작물까지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개별 농가의 소득에 따라 현금으로 지급한다. 전국 102만 농가에 240만원씩 돌아갈 수 있는 돈이다.


농민들에 대한 국가 지원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 그리고 도시 근로자에 비해 취약한 농업인에 대한 소득 지원 등 두 가지를 근거로 한다. 농토를 보존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연구자에 따라 160조원이 넘는다는 추산도 나온다. 농민수당을 비롯한 각종 농민 지원책이 계속 확대되는 이유다.

농가에 지원되는 혜택은 직불금 이외에도 세금이 면제된 면세유 공급을 들 수 있다. 시중에서는 L당 1400~1500원인 경유가 농민들에게는 1200원 이하에 지급된다. 자연재해나 병충해 등으로 큰 피해를 보면 연 1%대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농가 경영안정자금도 받을 수 있다.

소득세도 사실상 면제된다. 논이나 밭에서 재배한 작물을 판매해서 올리는 수입에 대해서는 그 규모에 상관없이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과일이나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경우에도 수입이 10억원이 넘어야 소득세가 나온다. 어민이 소득 3000만원 이상부터 소득세가 과세되는 것과 대비된다.

반면 주택 구입, 주식 처분, 자동차 구입, 골프장 입장 등에 대해서는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돼 해당 금액이 농촌으로 이전된다.

농업 비중이 높은 군단위 지자체에서는 전체 예산의 30~40%가 농업 및 농민에 투자된다. 전남 A군은 ‘소규모 농업기반 정비사업’ 96억원, ‘밭 기반 정비사업’ 47억원, ‘농경지 유지관리사업’ 32억원 등 기초 농업 인프라에 중복되는 항목으로 지난해 175억원을 썼다. 쌓아두고 언제 쓸지 모르는 농산물 가격안정기금도 50억원에 이른다.

현장에서는 “필요 없는 지역에 농업용 수로를 까는 등 예산 낭비가 심한 분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농어민수당으로 65억원을 추가 지출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농업에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농민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새로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농업 관련 지원을 구조조정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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