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각색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조조 래빗’(5일 개봉)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10세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분)의 시선으로 나치를 비판하는 우화다. 어린 조조는 히틀러를 우상으로 삼고 독일 소년단에 입단한다. 하지만 잔인한 폭력을 행하는 명령을 거부해 겁쟁이로 비난받는다. 엄마 로지(스칼릿 조핸슨 분)는 조조에게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가르친다. 조조는 집 안에 숨어 있는 유대인 소녀 엘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조조의 상상 속 친구로 등장한 히틀러는 점점 독재자로서 본색을 드러낸다. 영화는 기발한 상상으로 어린이들에게 자행한 나치의 빗나간 언동을 유쾌하게 조롱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작은 아씨들’(12일 개봉)은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중산층 가정 네 자매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준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에마 왓슨), 작가 지망생 조(시어셔 로넌), 각각 음악가와 화가가 되고 싶은 베스(일라이자 스캔런)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가 각자의 인생소설을 쓰는 이야기로 인간은 저마다 고유한 존엄을 지녔음을 역설한다. 고전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도 반전을 추가해 영리하고 세심하게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뛰어난 연기를 펼친 시어셔 로넌과 플로렌스 퓨가 각각 여우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1917’(19일 개봉)은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강력한 작품상 및 감독상 후보로 꼽힌다. 1차 세계대전 중 두 영국 병사가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영국군 부대 수장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임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얼핏 ‘덩케르크’를 연상시키는 플롯이지만 핵심은 마지못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려고 분투하는 주인공들의 의무감이다. 감독은 롱테이크(커트로 연결하지 않고 장시간 촬영)로 관객들을 전장의 한복판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전형적인 전쟁액션을 벗어난 화법을 보여주며 “위대한 전쟁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페인 앤 글로리’(5일 개봉)는 거장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생과 예술의 함수 관계를 풀어낸다. 병약해 작품활동을 중단한 살바도르 말로 감독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극 중 대부분의 시간은 고통(페인)을 담아내 ‘인생은 고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광(글로리)은 삶의 생기를 불러왔던 짧은 사랑과 욕망을 불쏘시개로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이라고 회고한다. ‘문신을 한 신부님’(13일 개봉)은 신부를 꿈꾸지만 신부가 될 수 없는 스무 살 청년 다니엘이 소년원에서 훔쳐온 단 한 벌의 사제복을 입고 마을 성당의 주임 신부를 대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짜 신부의 행적을 통해 진정한 신앙이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다.
러네이 젤위거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주디’도 다음달 개봉한다. 할리우드 고전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으로 유명해진 여배우 주디 갈런드의 마지막 런던 콘서트를 담은 전기 영화다. 젤위거는 중년 갈런드의 퇴락한 모습을 빼어나게 그렸다는 호평을 받으며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4년 ‘콜드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젤위거는 ‘주디’로 첫 여우주연상에 도전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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