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만에 입성한 윤종원 기업은행장 "순혈주의 벗고 열린 자세 가져야"[현장+]

입력 2020-01-29 11:30   수정 2020-01-29 11:33



노동조합의 반발로 무려 26일동안 출근길이 막혔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뒤늦은 취임식을 갖고 정상 업무에 들어간다. 행장 임명부터 취임식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윤 행장은 취임식에서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원 행장은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다른 금속과 섞였을 때 더 강해지는 철과 같이 IBK도 순혈주의를 벗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논의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등 변화와 활력이 넘치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에 대해 은행업 경력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 행동에 막혀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봐왔다

윤 행장의 임명을 두고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유감을 표명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 행장,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등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윤 행장은 이달 22일 김형선 노조위원장을 면담한 것을 포함해 5차례에 걸쳐 노조 측과 대화했다. 노사는 설 연휴에도 대화를 이어갔고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형선 위원장과 윤 행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6대 노사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공동선언은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고,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시 노조가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인병 휴직(휴가) 확대를 위해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 정규직 직원 처우 개선에 따른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윤 행장은 "열린 마음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풀 수 있었다"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IBK기업은행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사 모두 마음을 열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식 후 정상 업무에 들어가는 윤 행장은 노사 갈등으로 미뤄진 상반기 정기인사와 이미 임기가 만료한 계열사 대표 등에 대한 인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5명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데다, 계열사 사장의 임기도 일찌감치 끝난 상황이다.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의 임기는 이미 지난달 만료됐지만 임기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윤 행장은 "IBK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창업기업 육성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금융지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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