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PEF 밸류업 사례탐구] 16. 어펄마캐피탈, 수처리업체 EMC를 3년 새 종합 환경 플랫폼업체로 '업그레이드'…매출 80% 키워

입력 2020-01-29 16:00  

≪이 기사는 01월29일(14:2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00년대 말까지만해도 국내 수처리사업은 이른바 ‘3D업종’이란 평가가 많았다. 업무 특성상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힘든(Difficult)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인식 뒤에 숨어 있는 강점도 있었다. 수주사업으로서 특유의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이 있었다. 수처리산업이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성장성도 적지 않았다.

사모펀드(PEF) 어펄마캐피탈(옛 스탠다드차다드프라이빗에쿼티)은 2009년 국내에서재무적투자자(FI)로서는 처음으로 수처리업체 환경업체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치밀한 분석 끝에 수처리산업 성장 잠재성을 일찌감치 봤던 것이다.

다만 전례가 없었던만큼 투자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했다. 경영권 인수가 아닌 40.2% 소수지분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2013년까지 기업공개(IPO)가 되지 않으면 코오롱그룹이 풋옵션을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첫 투자 후 약 4년의 기간동안 회사의 매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려 감소했다. 환경업이 아닌 비핵심산업에 대한 투자 비용 등이 부담이 됐던 탓이다. 코오롱그룹은 2016년까지 한차례 더 IPO 시기를 연장하자고 제안했고, 어펄마캐피탈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회사의 기업가치가 불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속 감소했다. 그룹의 관심이 바이오 등 다른 분야로 옮겨가다보니 핵심 역량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코오롱그룹은 환경 관련 산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했다.

어펄마캐피탈은 처음 코오롱그룹과 지분 공동 매각 등 다양한 자금회수 방안을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회사의 하수와 폐수 등 수처리 산업만 떼어내 사기로 결정했다.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대표는 “장기간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지켜본 결과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코오롱워터앤에너지 투자 당시 풋옵션을 통해 받기로 약속됐던 돈과 인수금융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잔금을 치렀기 때문에 추가 투자금도 필요없었다”고 말했다.

2015년 코오롱워터앤에너지에서 수처리 사업부를 떼어내 환경시설주식회사(EMC)라는 신설법인을 설립했고, 이듬해 이를 인수했다. 총 거래대금은 1200억원 남짓했다.

○역량 강화 및 현장 목소리 반영한 평가 지표 변경

인수 후 회사의 기존 역량을 강화하면서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EMC의 주요 사업은 수처리 시설의 유지보수 및 관리였다. 수처리를 위한 기술 역량도 중요했지만 주요 고객사인 지방자치 단체와의 관계 역시 핵심 역량 중 하나였다. EMC의 전신은 1997년 설립된 환경시설관리공사로 업계 최고 수준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코오롱이라는 대기업을 거치며 인력이 유지 및 보강된 것 역시 강점이었다.

어펄마캐피탈은 기존 인력을 잘 다독이면서 새로운 경영 전략을 실행시킬 대표가 필요했다. 오랜 기간 코오롱그룹에서 근무했고, 인수 당시 코오롱워터앤에너지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임추섭 전무를 대표로 추대했다. 임 대표는 어펄마캐피탈이 소수 지분 투자할 때부터 소통해오던 인물로 회사 내부 사정뿐만 아니라 어펄마캐피탈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안성맞춤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심민현 어펄마캐피탈 부대표는 ”인수 당시부터 임 대표와 경영 및 인사 전략 등 다수의 사안들에 대해 상의를 하고 경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며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회사 경영에 필요한 부분을 전달해주는 한 편, 우리가 세운 경영 전략을 현장에 가장 잘 전달해줌으로써 회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심 부대표와 임 대표는 인수 즉시 비효율적인 핵심성과지표(KPI)나 교육 프로그램, 보상 시스템 등을 점검하면서 경영 효율화 전략을 실시했다.

임 대표는 “대기업은 계열사별 맞춤형 KPI를 사용하기는 힘들다”며 “EMC의 경우 코오롱건설의 자회사로 건설사 기준의 KPI를 적용했지만 세부 사업 내용이 달라 경영에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주성공률이다. 건설사의 수주 참여의 경우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실패시 기회 비용 상실에 따른 손실이 있기 때문 수주 성공률이 높을 수록 좋은 반면, 수처리 등 환경 관리의 경우 수주 성공률보다는 수주 성공 건수로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임 대표는 “환경 관련 수주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하는 것으로 수주 성공률 보다는 전체 판을 읽고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며 “수주 성공률 때문에 수주 경쟁에서 빠지면 경쟁사는 해당 지역에서 높은 이익을 챙길 수 있고, 이를 활용해 타 경쟁 수주 지역에서 수익률을 낮춰 입찰에 들어와 우리 회사를 괴롭히는 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수주성공률 같이 회사 효율적 경영을 해치는 요소 등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간단하게 재정비했다. 교육프로그램, 평가 시스템 등을 과감하게 개혁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같은 경영 관리를 통해 2016년 2100억원이었던 수처리 관련 매출은 지난해 2800억원으로 연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볼트온 전략으로 환경 관련 플랫폼업체로 진화

어펄마캐피탈은 동종업체들을 인수하는 볼트온 전략으로 EMC의 덩치를 키웠다. 2016년 인수한 뒤 3년여만에 총 6개 회사를 추가로 사들였다.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라 환경 관련 업체를 선별해서 인수하고, 이를 육성하는 플랫폼업체로 진화했다.

회사 경영권을 사들일 때부터 볼트온 전략을 염두에 뒀지만 행동으로 올긴 것은 인수 후 10개월이 지나서였다. 인수 회사를 잘 키울 수 있는 내부 역량 강화 및 평가가 필요했다. 무작정 사들이기보다는 EMC가 내재적으로 보유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회사를 분별해내는 작업이 선행됐다.

심 부대표는 “EMC를 인수한 뒤 많은 회사에서 추가 인수제안이 왔지만 일단 거절했다”며 “덩치만 키우기보다는 인수 후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는지, 혹은 시너지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펄마캐피탈과 EMC 경영진은 볼트온 전략을 시행하기에 앞서 수없이 회의를 거쳤고, 인수제안이 들어왔던 회사를 살폈다. EMC의 경영권일 사들인지 10개월 뒤인 2017년 5월이 폐기물 소각업체인 충청환경에너지(옛 대원에코그린) 지분 100%를 230억원에 인수했다. 충정환경에너지는 유가증권 상장사인 대원전선이 인수한뒤 경영 관리를 한 회사로 당시 영업이익률이 24%에 달했다. 수처리 전문업체였던 EMC가 종합환경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으로 꼭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같은 12월 경기환경에너지(거래금액 130억원), 와이에스텍 (750억원)을 연속해서 사들였고, 2018년 서남환경에너지(200억원)를 인수했다. 볼트온 전략이 자리잡힌 지난해에는 경인환경에너지(750억원), 경북환경에너지(500억원)까지 연속해서 품으며 회사 규모를 키웠다. 인수 당시 2140억원, EBITDA 101억원이었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 3808억원, EBITDA 82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임 대표는 “볼트온 전략을 시행한 뒤 어느 회사도 문제 생기는 곳 없이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데 자부심이 있다”며 “단순히 덩치만 키운게 아니라 환경관련 플랫폼 비즈니스업체로 성장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 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어펄마캐피탈은 볼트온 전략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펀드자금 투자 없이 회사가 벌어온 돈과 더불어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완도 보였다. 2018년 12월 기존 대출을 1950억원까지 늘렸으며, 지난해 말에는 이를 2800억원까지 불렸다. 이중 500억원은 펀드 투자자들에게 조기 상환하며 부분적으로 자금 회수를 하는데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국내 환경 관련 사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로 EMC의 성장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며 “내부 역량 강화 및 수차레에 걸친 볼트온 전략으로 회사의 성장 가속도가 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M&A를 통해 회사를 키울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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