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가장·슬픈 가족…현실 조명한 창작 오페라

입력 2020-01-29 17:55   수정 2020-01-30 00:31


지금 여기 우리의 삶과 현실을 한국어로 노래하는 창작 오페라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5일부터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김부장의 죽음’과 다음달 7일과 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까마귀’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오페라 부문에 선정돼 초연하는 작품들이다.

‘김부장의 죽음’은 소극장 오페라를 전문적으로 제작해온 오페라뱅크의 신작이다. 평범하게 살아온 김 부장은 꿈에 그리던 한강변에 아파트를 장만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작은 사고로 서서히 죽어가게 되고 그제야 돌아본 지난날은 지금껏 생각해온 것과 다른 모습이었음을 알게 된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연출가 홍민정과 작곡가 오예승, 작가 신영선이 함께 작업했다.

29일 서울 서초동 라벨라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 연출가는 “김 부장이란 이름으로 대변되는 평범한 한 가장이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 주변의 시선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이라며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앞부분은 블랙 코미디로 풍자를 섞어 재밌게 풀어간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극장 오페라의 장점이 부각되도록 뮤지컬이나 연극적인 요소들을 많이 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리톤 허철과 임희성이 김 부장 역을 번갈아 맡고, 테너 이규철, 메조소프라노 권수빈 등이 출연한다. 정주현의 지휘로 네오필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까마귀’는 지난해 ‘창작산실’을 통해 홀몸노인 문제를 다룬 오페라 ‘검은 리코더’를 선보였던 라벨라오페라단의 신작이다. 극작가 고연옥의 희곡 ‘내가 까마귀였을 때’를 작곡가 공혜린이 오페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고통을 겪던 가족이 동반 자살을 계획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직 어린 막내는 살리고 싶어 놀이공원에 유기한다. 하지만 동반 자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힘겹게 삶을 이어가던 가족들은 세월이 흘러 막내와 다시 만난다. 마냥 기쁠 것 같던 재회는 또 다른 힘겨운 시간으로 이어진다. “날 기다렸다면서 왜 아무도 묻지 않지,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라며 울부짖는 막내의 아리아가 먹먹함을 더한다. 제목의 ‘까마귀’는 가족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와 힘든 시간, 깊이 남은 상처를 상징한다.

감각적인 극 전개로 호평을 받아온 오페라 연출가 이회수가 무대화하고 지휘자 구모영이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소프라노 강혜명과 테너 김지민, 베이스바리톤 양석진 등이 출연한다. 이 연출가는 “가족 간엔 쉽게 상처를 주고 금방 아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화해와 용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답을 던져주기보다는 작품을 보는 관객이 질문을 하면서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까마귀’에서 막내 역할을 맡은 테너 김지민은 “해외 유명 작품들을 할 땐 참고할 무대와 이미 존재하는 캐릭터가 있지만 창작 오페라는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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