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2%에 못미치는 인플레가 불편하다"는 파월의 속내

입력 2020-01-30 08:06   수정 2020-01-30 10:09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의 기자회견은 매우 비둘기파적이었다. 그의 발언 중 가장 귀에 들어온 건 'Fed는 2%에 못미치는 인플레이션이 불편하다'는 말이었다. 그 때문에 금리 상승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는 관측 속에 미 국채 금리는 급락했고, 채권 시장 강세에 증시 상승세는 무뎌졌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도비시(Dovish. 비둘기파적)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당장 뭘 하겠다는 건 없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Fed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및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월가의 한 트레이더의 말입니다.

FOMC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5~1.75%로 동결했습니다. 또 은행들의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주는 초과지준부리(IOER)을 5bp(1bp=0.01%포인트) 인상했으며, 단기채권 매입과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 개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적어도 4월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예상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Fed의 발표가 있던 오후 2시 전후 0.4% 안팎 상승하고 있었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도중 점점 상승폭이 줄더니 결국 0.09%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비둘기파적이었던 파월 의장의 발언에 10년물 미 국채의 금리는 이날 1.6%벽을 깨고 내려와 1.58%까지 낮아졌습니다.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그 영향에 증시가 약보합으로 전환한 겁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①"현재의 2%에 못미치는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불편하다"

Fed는 이날 정책결정문을 거의 바꾸지 않았습니다. 눈에 띄는 수정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가계 소비가 '강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문구를 '적당하게' 확장하고 있다고 바꿨고, 인플레 관련 표현을 2% 목표에 '근접(near)'하고 있다는 걸 “회귀하고 있다(returning to)”로 수정했습니다.

파월은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 관련 문구를 바꾼 이유를 "2%를 밑도는 인플레 상승률이 불편하다(we’re not comfortable)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Fed는 2% 인플레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 이상으로 인플레가 높아져도 상당기간 용인하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으로 해석됐습니다.

②"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및 세계 경제활동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매우 심각한 이슈"라면서 "아직 그 영향을 말하기 이르다. 추측하고 싶지는 않으며 싶지는 않으며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중국내 생산에 단기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며,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중국과 글로벌 경제 활동에 장애요인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좀 더 상황이 심각해지면 Fed 차원의 대책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③"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후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는 한풀 꺾였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경영여건 설문 결과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업투자와 수출은 여전히 약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이렇게 비둘기파적으로 발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월가 관계자는 "그건 디플레이션을 너무나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업률이 50년래 최저인 3.5%까지 내려갔지만 필립스커브까지 무용화될 정도로 인플레이션은 잠잠합니다. 이는 Fed가 약간의 정책 실수를 저질러 경기를 악화시킨다면 디플레이션이 시작될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디플레이션을 싫어하는 대표적 인물은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입니다. 그는 Fed 이사이던 2002년 ‘다시는 디플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라는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연설에서 “총지출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과 통화 정책을 사용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또 “디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선 헬리콥터에서라도 돈을 뿌리겠다”고 밝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Fed가 디플레를 증오하는 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등 선진국의 장기 침체가 디플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본과 유럽은 네거티브 금리까지 쓰고 있지만 인플레와 경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는 4월이면 Fed는 예고한 대로 레포 시장 개입이나 단기 국채 매입 규모를 (파월 의장이 여러번 강조했듯)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겁니다. 하지만 시장에 충격을 주거나, 경기가 악화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란 건 확실해 보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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