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란 사실이 또 드러났다. 사회 전반적으로 마약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청은 작년에 116.7㎏의 밀수 필로폰을 적발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최대 기록을 세운 2018년(222.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2년 연속 100㎏을 웃돌았다.
필로폰 1kg은 3만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다. 작년 적발된 필로폰으로만 약 385만 명에게 투약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작년 1kg 이상의 필로폰이 적발된 사례는 모두 22건이었다. 전년(16건)보다 늘었다. 2010∼2017년 밀수 건당 필로폰 양은 평균 300∼400g 정도였지만 2018년 이후 ‘kg 단위’의 대형 밀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밀수 수법을 보면 항공 여행자가 몸이나 화물에 숨겨 들어온 경우(79.5%)가 가장 흔했다. 커피 제품 등으로 속인 국제우편(15%), 특송화물(5.5%) 등이 뒤를 이었다.
필로폰은 주로 말레이시아(68.2㎏), 미국(13.7㎏), 태국(11.5㎏), 라오스(7.6㎏), 캄보디아(6.4㎏)로부터 들어왔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미얀마·태국·라오스 국경지대) 필로폰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난해 90t 이상의 필로폰이 적발된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2t)·호주(11t)·말레이시아(5t)·베트남(6t) 등 세계 주요국의 적발량도 2018년보다 증가했다.
관세청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국제 마약 범죄조직의 무차별적 필로폰 공급 확대를 꼽았다. 특히 중화계 마약 밀수 조직과 멕시코 카르텔이 세계 필로폰 시장을 독과점하기 위해 과잉 공급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의 공조 수사를 강화해 공항·항만, 해외 단속망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필로폰 국제 합동단속 작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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