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할 수 없다"…예비후보로 뛰는 현역의원들

예년보다 일찍 예비후보로 등록해 본격 선거운동에 나서는 현역 의원이 늘고 있다. 정치권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센 데다 야권 통합이 4·15 총선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현역 의원은 48명이다.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16.2%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서울에서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중랑구갑), 기동민 민주당 의원(성북구을),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강남병) 등 12명의 현역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부산에서는 김영춘 민주당 의원(부산진갑) 등 현역 의원 7명이 예비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수원갑) 등 17명의 경기 지역구 현역 의원도 예비후보로 선거 운동에 본격 뛰어들었다.

예비후보 등록 제도는 현역 정치인과 정치 신인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전에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 △현수막 간판 게시 △선거사무원 선임 등이 가능하다. 예비후보자 가족들이 함께 명함을 나눠주거나 전화로 지지도 호소할 수 있다. 후보가 표시된 어깨띠와 점퍼를 착용하는 것도 예비후보자만이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과 원외 인사는 예비후보로 일찍 등록한다. 지역 주민에게 이름을 알릴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통상 총선이 임박해 예비후보로 등록하거나 아예 예비후보 등록 없이 본선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현직 국회의원 자격으로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사실상의 선거 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현역 프리미엄’이 과거보다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게 국회 안팎의 분위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통과를 위한 충돌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에 대한 염증이 더욱 팽배해졌다”며 “지역을 돌아다녀봐도 현직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한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사진)은 서울 구로을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윤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구로는 청년 시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수배 생활을 하며 머물렀던 인연이 있는 곳”이라며 “나만의 정치를 새롭게 시작하며 그때의 열정과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