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KCGI·반도건설, '反조원태 연합' 칼 뺐다

입력 2020-01-31 19:58   수정 2020-02-0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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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외부 주요 주주인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과 손잡았다.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한 ‘3자 동맹’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최대 지분을 확보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한층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CGI는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한진칼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결정해 지분율이 17.29%에서 32.06%로 증가했다”고 31일 공시했다. 반도건설(8.28%)과 조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이 더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저희는 국민의 기업인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며 그것이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선 개선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다가오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3월 한진칼 주총에서 3자가 연합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들은 또 “향후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할 뜻을 밝혔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누나 연합군' 지분 32%…코너 몰린 조원태

조원태 우군 다 합쳐도 21.67%
엄마·막내 지분 더해야 33% 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1일 한진그룹의 공격 세력이던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 외부 주요 주주와 ‘3자 동맹’을 맺으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에 남매간 대결 구도가 본격 형성됐다.


3자 동맹 측은 조 회장의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이사 재선임에 반대하며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을 들고나왔다. 조 전 부사장도 한진칼 이사에 오르는 등의 경영엔 직접 참여하지 않고 주주로서의 역할만 하겠다고 했다. 당장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치열한 표 확보 경쟁에 이어 3월 말께 주총장에선 표 대결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反조원태 측 최대주주로 올라서

이번 동맹으로 반(反)조 회장 측 지분율은 급증하게 됐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지분을 더하면 32.06%가 된다. KCGI(17.29%), 반도건설(8.28%), 조 전 부사장(6.49%) 등이 따로 있을 때와는 달리 합쳐지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하고, 법무법인의 공증과 금융감독원 변경 신청 등을 거쳐 주총에서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다만 반도건설의 의결권 유효 지분(8.20%)만 반영하면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진 지분율은 31.98%로 추정된다.

이번 3자 간 협의는 조 전 부사장을 대리해 법무법인 원과 KCGI의 김남규 부대표, 반도그룹의 권홍사 회장 사위인 신동철 전무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아-KCGI-반도건설이 지분 공동 보유 이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에 합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각자가 추천하는 사내·사외이사 선임건도 주총에서 낼 것으로 전망된다.

“모친·동생 우군으로 확보해야”

이에 비해 조 회장이 확보한 지분율은 본인 소유 주식(6.52%)을 비롯해 친족·임원·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 카카오(1%) 등 총 21.67%에 그친다.

지난해 물리적 다툼 이후 화해한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의 지분율을 합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3.45%가 된다. 3자 동맹의 지분율보다 1%포인트 남짓 많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3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에 모친과 동생의 표를 얻기 위한 쟁탈전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조 회장으로선 모친과 동생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경영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 측에선 모친과 동생이 조 회장 편으로 움직이면 3자 동맹 지분율이 조 회장에게 뒤져 모녀를 최소한 중립으로 돌려야 한다.

한진가(家)를 잘 아는 관계자는 “이 고문은 아들보다 첫째 딸(조 전 부사장)과 가까운 것으로 안다”면서도 “지난 크리스마스 사태를 겪고서도 이번 설에 둘이 만나 화해한 것을 보면 딱히 누구 편이라고 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중요해진 일반주주들의 ‘1주’

이번 주총에선 양쪽이 표 대결로 갈 경우 극히 적은 표 차이로 의결권이 갈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반주주들의 ‘표심’도 중요해졌다.

현재 일반주주들은 전체 주식 중 3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주주들을 단일 집단으로 볼 경우 3자 동맹에 이어 2대 주주군이 된다. 일반주주들이 3월 주총에 모두 참석하거나 위임을 해 의사를 표시할 경우 이들에 의해 경영권이 좌우될 수도 있다. 조 회장이 최근 상생을 강조하며 일반주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중국 우한의 전세기에 자진 탑승한 것이나, 3자 동맹이 성명서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가치를 늘리고 한진그룹 임직원, 고객, 파트너사의 권익도 함께 증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진그룹은 당혹해하고 있다. 조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탓에 운행한 전세기를 타고 돌아온 날 3자 동맹이 기습적으로 입장문을 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도 3자 동맹의 성명서가 나오기 직전에야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측은 고민 끝에 따로 입장문은 내지 않고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김재후/이선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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