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 굳세어라 남반장

입력 2020-02-01 16:52   수정 2020-02-01 16:54

인간극장(사진= KBS)

‘구호 외치겠습니다! 작업 전 안전확인, 좋아. 좋아. 좋아!’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조금이라도 고된 일은 시작조차 하려고 하지 않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곳 경기도 수원시, 꼭두새벽부터 건설 현장에서 힘깨나 쓴다는 남자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30대 여성 반장이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인 남한나(37) 씨가 그 주인공.

매일 이른 새벽, 흙먼지 날리는 현장에 출근해 아슬아슬 곡예 하듯 현장 곳곳을 누비는 것은 물론, 덩치 큰 장정들도 들기 힘든 철제 구조물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씩씩한 그녀. ‘형틀 목수’로 활약하고 있는 한나 씨는 올해로 4년 차 건설 노동자다.

10년을 꼬박 일해도 반장직을 달기 어려운데, 단 1년 만에 반장을 꿰찬, 그것도 여자라니...! 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란다.

한나 씨가 이토록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20년 경력의 ‘형틀 목수’, 시아버지 양재덕(62) 씨와 5년 차인 남편 양민석(37) 씨의 물심양면 지원과 뒷받침이 있었다.

교육대학원 석사 출신인 한나 씨는 세 아이를 키우기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일자리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런 한나 씨에게 함께 일하자 제안한 것은 다름 아닌 재덕 씨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좋아진 현장 환경과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이 일이 양육에 괜찮은 직업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의 확신에 찬 제안에 속는 셈 치고 받아들인 한나 씨는 땀 흘린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이 일에 매력을 느꼈고 남편 민석 씨와 함께 아이들과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에 크게 만족했다. 게다가 6개월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현장 일을 배우겠다며 시누이 양효주(35) 씨까지 따라나선 상황.

남들이 기피 하는 일을 기꺼이 자신의 업으로 삼으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이들 가족의 땀내 나는 일상을 통해 ‘좋은 직업’에 대한 의미와 똘똘 뭉쳐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한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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