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주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통제와 폐쇄가 주요 수단으로 동원됐다. 미국이 자국민에게 중국 전역에 가지 말라는 의미의 여행금지령을 내리고, 일본이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과 비슷한 조치가 과거에도 두루 취해졌다.
역사학자 카를로 치폴라에 따르면 1630년대 이탈리아에서 역병(흑사병 추정)이 번지자 각 도시국가는 사람 간 이동을 엄격하게 감시하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건강한 사람마저 도시 진입을 금지했다. 베네치아에선 외국에서 온 배의 선원들을 40일간 격리해 안전한 것을 확인한 뒤에야 도시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오늘날 검역제도의 ‘시원(始原)’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로도 전염병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당시에는 질병이 세균으로 전파되고, 세균의 매개체가 쥐와 같은 작은 동물이라는 점을 몰랐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 대규모 전염병 발생 및 확산 원리가 밝혀졌지만 여전히 완벽한 격리, 완벽한 외부와의 차단은 불가능한 과제다. 이른 시일 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 당국의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비밀주의를 고수한 중국 정부가 “정부를 믿으라”는 말만 하고 감염자 현황 등 진상을 공개하지 않아 감염자와 희생자를 키운 우를 범한 적이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