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가비에 가입한 선수들은 연회비 형식으로 돈을 낸다. 최근에는 이렇게 모은 후원금 2000만원을 서울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 쾌척했다. 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봉사활동도 한다. 1년에 적어도 한두 번 모든 회원이 모여 봉사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2월에는 직접 어려운 이웃에게 밥을 퍼주고 김장을 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모임이 커지고 여건이 마련되면 자선 골프대회를 열 계획이다.
각 투어 협회나 개인 후원사가 마련한 자선행사 등은 있었다. 개인적으로 봉사활동 기부에 나선 여자골프 선수도 많았다. 은가비 회원인 박인비·최나연·박성현·고진영 선수 등은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하지만 세계 각 투어의 한국 선수들이 모여 봉사 모임을 결성한 것은 은가비가 처음이다.
최나연 선수는 “원래 다른 이름의 기부활동 모임이 있었지만 소속 단체가 있어 우리 의견을 많이 낼 수 없었다”며 “선수들끼리 봉사할 대상과 활동 내용 등을 직접 정하고 싶어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게 따로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어렵게 뭉친 만큼 가입 및 회원 유지 조건이 엄격하다. 2년 연속 봉사활동에 참가하지 않으면 자동 탈퇴다. ‘시간이 금’인 선수들에겐 진정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2018년 19명으로 출발한 은가비 회원은 한 명의 탈퇴자 없이 올해도 유지될 전망이다. 봉사 대상, 후원 규모 등을 정하기 위해 시즌 중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일정과 의견을 짬짬이 공유하고 있다.
최나연 선수는 “선수들이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으며 이 자리에 올라온 만큼 우리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베푸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최대한 길게 모임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손길이 필요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얼마 전 ‘밥퍼주기’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보미 선수는 “각자 다른 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한데 모여 웃으면서 좋은 일을 하니까 봉사활동 자체가 기쁘고 즐겁다”며 “새로운 경험을 통해 오히려 자신들이 성숙해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는 걸 보면 다들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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