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운전자는 근로자 아닌 프리랜서"

입력 2020-02-02 17:37   수정 2020-02-03 00:22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에 소속된 운전사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검찰 기소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타다 서비스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타다 근로자임을 인정해달라는 A씨의 신청을 각하하고 판정서를 최근 타다 운영사인 VCNC와 A씨에게 보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판정서에서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그 근거로 A씨가 자신의 사정에 따라 타다 서비스 근무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근무 장소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이용자와 불필요한 대화 금지, 음주 금지 등의 규정에 대해서도 고용인과 근로자 간 관계가 아니라 회사와 프리랜서 간 업무지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주로 일하던 타다 차고지가 수요 감소로 폐쇄되자 “부당해고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종사자의 지위에 대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 의미 있는 판정”이라며 “이번 판정은 모빌리티 이외 다른 영역에서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檢기소로 수세 몰린 타다
위법성 시비 피해갈 길 열리나


타다 운전자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타다 서비스의 존속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다. 택시업계와 국회, 검찰 모두 타다 운영사인 VCNC가 변칙적인 방법으로 운전자를 고용해 택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이번 판정은 타다 운전자의 지위를 ‘프리랜서’로 사실상 규정해 위법성 시비를 피해 갈 통로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타다 운전자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행정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낸 A씨가 이번 판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또 한 차례 판단을 하게 된다. 대법원 등을 통해 플랫폼 종사자(배달원·대리기사 등)의 ‘근로자 지위’ 인정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온 판정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2018년 4월 배달대행 기사, 같은 해 6월 학습지 교사가 대법원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으며 근로자 범위는 계속 확대돼왔다.

서울지방노동위는 A씨가 근로자로 보기에는 상당한 재량권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A씨가 주중에는 다른 사업장에 소속돼 일하며 주말에만 타다 운전을 했으며, 근무 여부와 근무 시간·장소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타다 운행 과정에서 VCNC가 운전자에게 복장 및 근무태도 등과 관련한 업무 매뉴얼을 제시한 것 역시 “지휘·감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전한 차량 운행 유도, 서비스의 차별성 부각 등을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플랫폼 업체가 일정 수준의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더라도 고용인으로서 종사자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 측의 매뉴얼은 직업윤리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사용자의 지휘 및 명령으로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것이 서울지방노동위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지방노동위의 판단은 이달 예정된 1심 판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타다가 사실상 유사 택시업을 하고 있다며 검찰이 여객운수법 위반으로 지난해 10월 기소한 것에 대해서다. 기소장에서 검찰은 타다가 운전자들의 출퇴근과 휴식을 관리·감독하며 사실상 고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노동위의 이번 판단은 검찰 기소의 핵심 논리관계를 부정하는 의미가 있다.

노경목/김남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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