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블룸버그통신이 세계 86개 주요국 증시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30일 사이 이들 증시 시총 규모는 총 2조5510억달러(약 3047조원) 줄어들었다. 20일에는 89조1560억달러(약 10경6497조원)였으나 30일 86조6050억달러(약 10경3450조원)로 2.86% 쪼그라들었다. 집계 시작일인 지난달 20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중국 보건당국에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지시한 날이었다.
이 기간 증시 시총이 가장 많이 줄어든 나라는 베네수엘라였다. 열흘 동안 10.72% 빠졌다. 불안한 정치 상황으로 증시가 하락세였던 것에 우한 폐렴 사태가 겹쳤다. 이어 칠레(-8.38%), 홍콩(-7.53%) 순으로 낙폭이 컸다. 한국 증시는 조사 대상 86개국 중 시총 감소율이 네 번째로 높았다. 이 기간 1조4768억달러(약 1764조원)에서 1조3692억달러(약 1635조5000억원)로 7.28% 쪼그라들었다. 액수로는 1076억달러(약 128조원) 줄었다.
대만(-6.77%), 태국(-6.72%), 싱가포르(-5.21%), 호주(-4.06%), 일본(-3.02%), 프랑스(-3.01%) 등에서도 세계 평균치(-2.86%)보다 감소율이 높았다. 독일(-1.93%)과 미국(-1.88%)에서는 낙폭이 비교적 작았다. 조사 대상 86개국 중 이 기간 증시 시총이 증가한 나라는 이집트(2.88%), 덴마크(0.35%) 등 15곳에 불과했다.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한 세계 실물경제 충격이 사스 사태 때(400억달러)의 3~4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 피해가 최대 1600억달러(약 19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에 비해 약 네 배 커진 17%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예상치인 5.6%에서 1.6%포인트 떨어진 4.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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