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감염병에 대처하는 단 하나의 전략

입력 2020-02-02 17:45   수정 2020-02-03 00:16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

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한 말이다. 반혁명 분자로 구분된 2000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발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보며 왜 이 문장을 떠올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무감각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듯하다. 물론 공포스러운 우한 폐렴 스토리의 결말은 그런 비극이 되지 않을 것이고,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가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요즘 가장 듣기 불편한 질문이 하나 있다. “우한 폐렴 사태가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

물론 궁금할 수 있다. 감염병 관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지금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말할 때가 아니다. 국가의 위기 상황을 정치에 연결시키는 순간 기본 전략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많은 표를 위해 적은 표를 희생시킬 가능성도 발생한다. 무책임한 주장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도 이런 면에서 정치적이다.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와 정부의 전략은 딱 한 가지여야 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 이 국가의 기본 책무를 소홀히 한 정부가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를 목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문제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중국 후베이성을 2주 안에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기 직전만 해도 여론은 명확하게 갈려 있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은 50만 건을 넘어섰고,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가장 중요한 비판의 지점이었다. 반론도 있었다. 한국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이 사안이 특정 국가 국민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입국 금지 조치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었다.

정부는 결국 후베이성을 거친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 또한 ‘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전’이라는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여론의 힘이 컸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앞으로 정부의 외교력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외교적 절차를 생략한 외교 정책이 가져온 피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도 심각한 위험을 인정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도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며, 국가 이미지를 관리하는 외교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리더십과 시민의식

이번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마음 한쪽을 채워주는 사람들의 얘기는 그나마 위안이다. 우한으로 가는 전세기에 자발적으로 몸을 실은 대한항공 시니어 노조원들, 논란은 있었지만 우한에 있던 내국인들을 수용하기로 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시민들 등. 이런 성숙한 의식은 정부의 위기관리에 없어서는 안 될 자산이다.

이런 자산을 갖고 있고,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가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컨트롤타워다. 지금은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다. 이들이 전문가 집단이긴 하지만 모든 국민이 자신의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를 격상시키는 것을 검토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위기관리는 항상 덜함보다 과함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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