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혁신적 포용국가'로는 혁신성장 못한다

입력 2020-02-02 17:36   수정 2020-02-0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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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신년사에서 “혁신을 더 강화해 우리 경제를 더 힘차게 뛰게 하겠다”며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도 지난달 14일 취임식에서 “경제를 살리는 힘은 기업으로부터 나온다”며 혁신성장의 길을 제시했다. 그러면 정부 주도 혁신성장의 길은 제대로 가고 있는가.

혁신(革新)은 문자 그대로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기존의 관습·조직·방법 등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신기술 개발과 기업 경영 분야에서 많이 쓰인다. 혁신은 기업의 혁신활동에 의해 투자·소비·수요가 자극돼 경제가 호황을 이루고, 국가의 혁신성장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 경제발전론의 중심 개념이다. 여기서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촉발해 경제 발전을 꾀하는 공급과 투자 중심의 정책에 의한, 문자 그대로 ‘혁신이 주도하는 성장’을 말한다.

그러면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혁신’은 진정한 의미의 혁신성장을 유도하는 혁신일까.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포용·혁신·공정을 강조하며 ‘혁신적 포용국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공정이 바탕에 있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다”고 언급했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공정·포용이 우선한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문제는 포용과 공정을 우선시하면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느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부터 ‘모두를 위한 나라, 다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사회 정책 분야의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포용국가’란 국민 누구나 차별·배제당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으며,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를 의미한다. 또 포용국가를 수식하는 ‘혁신적’이란 말은 기업의 혁신활동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회혁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은 포용을 위한 하위 개념으로, 혁신성장은 혁신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포용국가 완성을 돕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포용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정부 주도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층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수요 중심의 분배 정책으로, 공급과 투자 중심의 혁신성장과는 공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공정 경제’를 강조해왔다. 공정 경제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공정한 경제활동이 보장되는 경제를 말한다. 공정 경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간섭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능력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고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경쟁을 장려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추구하는 혁신성장과는 양립하기 힘들다. 그러면 진정한 의미에서 혁신성장을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성장을 앞세워야 한다. 혁신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면서 포용성장과 공정 경제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즉 ‘포용적 혁신성장’ ‘공정한 혁신성장’이어야 하는 것이다.

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하고 혁신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포용적이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면 이를 조정하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좋은 기업 투자 환경을 만들겠다”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법인세율을 과감하게 인하한다든가,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든가 하면서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 기업가 정신이 살아날 것이며,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수출도 회복돼 진정한 경제성장을 꾀할 수 있다. 올해는 무언가 ‘확실한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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