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절정 치닫는 한진 '남매의 난'…소액주주는 꽃놀이패?

입력 2020-02-03 10:15   수정 2020-02-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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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다음달 열리는 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전면전'이 예고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외부 주요주주인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연합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할 계획임을 표명한 상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국면이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소액주주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란 분석을 내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상황이 대한항공의 주주가치 제고에는 긍정적"이라며 "의결권 확보 경쟁 상황에서 한진그룹 경영진이 한진칼의 핵심 자산인 대한항공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지배구조 개선을 앞당긴다는 점에서 그룹 계열사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경쟁구도에서 어느쪽도 과반수 지분은 확보하지 못한 만큼 나머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영 효율화 등 재평가 방안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계에서는 지주사 한진칼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점치고 있다. 한진칼 정관상 이사 선임에는 주총 출석 의결권 과반의 찬성과 발행주식 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의결권의 찬성이 필요하다.

조 회장 측의 한진칼 보유지분은 본인 소유 주식(한진칼 지분율 6.52%)을 비롯해 임원·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 카카오(1%) 등을 합해 총 21.67% 수준으로 추정된다.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힘이 실리지 않으면 국민연금과 외부 그룹 관계자 지분을 포함해도 28% 수준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친과 동생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3.45%가 된다.

강 연구원은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고, '반(反)조원태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 회장과 특별관계자의 지분 중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의 지분을 제외하고 국민연금과 카카오 지분을 산입하면 총 지분율은 28.14%"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동전선을 구축한 조 전 부사장(6.49%)과 KCGI(17.29%), 반도건설(8.28%) 등 3자가 공동보유계약을 맺은 총 한진칼 지분율은 32.06%다. 반도건설의 지분 중 의결권 유효 지분(8.20%)만 고려하면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진 지분율은 31.98%로 추정된다.

만일 조 전무, 이 고문이 조 부사장의 편에 설 경우 지분은 더 늘어나게 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고문이 부산지역 인맥을 통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접촉한 점을 고려하면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 편에 설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연합해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안'을 들고 나섰다. 이들 3자 동맹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고, 이는 현재 경영진에 의해서는 개선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조 회장의 한진칼 이사 재선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3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일반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질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적은 표 차이로도 의결권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부사장의 3자 동맹은 "그동안 소외된 일반주주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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