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번주가 최대 고비…2100선 밑에선 분할 매수"

입력 2020-02-03 17:33   수정 2020-02-04 02:50

11일 만에 재개장한 중국 증시가 3일 7% 넘게 폭락했다.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13포인트(0.01%) 내린 2118.88로 마감했다. 주요 아시아 증시 가운데 낙폭이 가장 작았다. 지수가 2100선까지 밀리자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얼마나 더 나빠질지 지켜봐야겠지만 2100선 아래에선 저가 매수 유인이 크다”며 “지금부터는 추이를 보면서 분할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中 증시 개장 후 낙폭 줄여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개시 7분 만에 1.71% 하락한 2082.74로 직행했다. 하지만 오전 10시30분 중국 증시가 8% 넘는 급락세로 개장한 이후 낙폭이 빠르게 줄었다. 11시께에는 상승 반전도 나타났다. 중국 증시 하락폭이 예상한 수준에 머물면서 투자자가 안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상장지수펀드(ETF)가 7~8%대 하락했기 때문에 중국 증시가 7~8% 떨어지는 것은 투자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설 연휴를 끝내고 지난달 28일부터 악재를 반영해온 것도 이날 낙폭이 작은 이유가 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8일 3.09% 급락한 것을 포함해 설 연휴 이후 5.7% 하락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증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한 지난달 21일 이후로는 6.4% 떨어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사례를 보면 전염병으로 인한 증시 하락폭은 최대 10%가량이었다”며 “증시 낙폭이 그에 근접하면서 슬슬 저가 매수를 노리는 세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07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계속 몸을 사렸지만 기관은 1698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다. 기관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에도 171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노 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망률이 사스 때보다 낮고 우려됐던 공장 가동 중단도 범위가 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기관 입장에선 그동안 비싸서 사지 못한 우량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로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50선 밑으로 떨어지기 힘들어”

리서치센터장들은 앞으로 한 달에서 두 달 동안 국내 증시가 계속해서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영향을 받겠지만 2050선 밑으로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으로 볼 때 2100선 밑으로 지수가 내려가면 저가 매수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바이러스가 세계로 빠르게 퍼지지만 않는다면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옛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31.4%로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컸다. 반면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시가총액/순이익)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은 각각 11.3배와 0.9배로 최하위 수준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국내 경기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비관적으로 증시를 볼 필요가 없다”며 “소비에 대한 타격도 소비가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이연된 것이기 때문에 이후 소비 회복 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등 속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노 센터장은 “감염자 증가율이 둔화하면 증시가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며 “2월 말께 22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조 센터장은 “V자 반등을 기대하고 무작정 저가 매수에 나서는 건 성급할 수 있다”며 “추이를 보면서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주와 중국 소비 관련주가 꼽혔다. 박 센터장은 “경기 지표가 안 좋을수록 중국 정부가 강한 부양책을 꺼내들 것”이라며 “중국 소비주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전범진/한경제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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