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테크(생명공학) 기업인 이노비오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 치료할 수 있는 DNA백신 임상에 돌입한다. DNA백신은 복제한 DNA 일부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차세대 백신으로, 약화된 병원균을 몸 안에 넣는 일반 백신보다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노비오는 올 하반기 1000억~1500억원 규모의 공모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2차 상장할 계획이다.
조셉 김 이노비오 사장(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DNA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DNA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5개월 내 임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노비오는 지난 2016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카바이러스가 확산한 시기에 최단 시일인 7개월내에 백신 임상을 진행한 기업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자마자 빌 게이츠 재단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이노비오에 900만달러(107억원)를 지원, DNA백신 제작에 들어갔다.
김 사장은 "중국이 지난 달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공개한 다음날 바로 DNA를 분석해 4시간만에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만들어내 배양과 쥐 실험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반 백신이라면 수 개월 걸릴 수 있는 절차를 4시간으로 단축한 만큼 임상 역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징은 변이가 많고 확산이 빠르다는 것"이라며 "DNA백신은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변이된 바이러스도 잡을 수 있고, 예방 뿐 아니라 치료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 준비를 위해 방한한 김 사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한국에서 밤낮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DNA백신의 빠른 개발과 생산을 위해 중국과 한국, 글로벌 백신업체와 업무제휴를 협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한국의 바이오시장은 미국보다 성숙하지는 않지만 기술력과 자본력 등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을 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기 위해 다른 제약사와 업무 제휴를 추진하고 코스닥에 2차 상장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나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 5000억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노비오는 나스닥 상장사 최초로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해 2차 상장하는 형식이다. 지난 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레이크브릿지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총 23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그는 "5년 안에 2~3개 신약을 전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임상 3상에 들어간 자궁경부암 치료제를 비롯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17개의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출신인 김 사장은 미국 국적을 가진 교포로 글로벌 제약업체 머크를 거쳐 2000년 이노비오를 설립했다. 미국 제약바이오업계 거물인 데이비드 와이너 펜실베니아대 교수와 손잡고 이노비오를 DNA백신 분야 선두주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수정/이우상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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