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전문가 최성안의 '수주 선구안'…삼성ENG 2년 만에 날았다

입력 2020-02-04 17:10   수정 2020-02-0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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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새로 사장에 부임한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사진)은 고민에 빠졌다. 2013년(1조280억원)에 이어 2015년 또다시 대규모 영업적자(1조4543억원)를 냈지만 실적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중동에서 저가 수주에 나선 여파였다. 최 사장에게 위기의 삼성엔지니어링호를 살릴 ‘구원투수’ 임무가 떨어졌다.

그로부터 2년. 삼성엔지니어링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규모 손실을 털고 7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최 사장의 ‘내실경영’이 ‘V자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87% 급증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6조3680억원, 영업이익 3855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6.2%, 영업이익은 87.1% 각각 증가했다. 7년 만의 최대 영업이익이다. 수주 잔액은 14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매출 기준 2년치가 넘는 일감이다. 작년 한 해만 7조원어치를 신규 수주했다. 실적 호전 덕에 2017년 1조4000억원이 넘었던 총차입금은 2124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2년 만에 부활한 배경에는 최 사장이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성엔지니어링에서만 37년간 일했다. 설계와 사업 분야 경험이 풍부한 플랜트 전문가로 꼽힌다.


선별 수주·작업 효율화로 세계 공략

최 사장은 취임 초부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양보다 질 위주로 수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덩치 큰 대형 사업보단 삼성엔지니어링이 강점을 지닌 고수익의 화공플랜트에서 수주를 따내라는 지침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하위야 우나이자 가스 프로젝트, 알제리 하시 메사우드 정유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 8조1582억원까지 고꾸라졌던 수주 잔액은 최 사장이 부임한 2017년 말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3년 연속 늘어났다.

최 사장은 알제리 등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한 경험을 살려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냈다. 현장 작업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국내에서 모듈을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도록 했다. 대부분 고온·다습한 플랜트 현장은 높은 일사량과 강한 바람 탓에 작업에 제약이 많이 따랐다. 미리 모듈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시공에 쓰이는 기자재를 표준화해 미리 발주하라고도 했다. 설계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의 앞단인 기본설계(FEED) 일감을 적극 수주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FEED는 부가가치가 큰 데다 FEED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EPC 사업 계약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회사가 말레이시아, 멕시코, 미국에서 FEED 사업을 따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FEED 사업을 지난해만큼 수주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그룹 지원 힘입어 유상증자도

삼성엔지니어링이 회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원’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경영난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를 할 때 개인 돈 3000억원을 들여 실권주를 매입했다.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들이 22.0%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다른 주주들이 청약하지 않으면 증자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증자 흥행 도우미’를 자처했다. 이 부회장이 유상증자에 나서자 다른 주주들도 대부분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삼성이 삼성엔지니어링을 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사라졌다. 청약률은 99.93%에 달했다.

창립 50주년인 올해도 추가 수주와 EPC 전환계약을 통해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 10조5000억원, 매출 6조원, 영업이익 34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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