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이 일본기업의 근무방식도 바꿔버릴까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입력 2020-02-04 10:19   수정 2020-02-04 10: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확산이 일본 직장인의 근무형태 변화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가 정보기술(IT)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워 출근을 피하기 위해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회사도 늘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줄이는 형태의 근무가 일본 기업에 확산하고 있습니다.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시장조사업체 MMD연구소는 1월말부터 27일까지 회사 내 근무시간을 평소 오전 9~오후 6시에서 오전 11시 반~오후 4시 반으로 단축했습니다. 직원들이 출퇴근을 위해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타지 않도록 해 우한 폐렴 감염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대신 직원들은 줄어든 시간만큼 재택근무를 하며 전체 근무시간 부족분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인력 파견업체 파소나그룹은 비수기 통근제도를 신설해 직원들이 러시아워를 피해 아침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출근하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50세 이상이나 임신 중, 지병이 있는 직원에겐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업무 중 상당부분은 화상 회의 등으로 바꿨습니다.

IT업체인 라인은 1월 말부터 임신직원 등 희망자에 한해 재택근무를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GMO인터넷도 지난달 27일부터 일본 내 직원의 90%에 해당하는 4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했습니다. 이사회와 경영회의 등 중요 회의도 모두 화상회의로 전환했다는 설명입니다. 오디오북 제작업체인 오토뱅크도 127일 부터 210일까지 원칙적으로 재택근무 방침을 정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경우도 러시아워 대는 피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업무시간 조정이나 재택근무 확산이 임시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대다수 기업들이 1주일 혹은 10일 정도 기간 동안 재택근무나 단축근무,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우한 폐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한편에선 역설적으로 치명적인 전염병의 확산이 일본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왔던 일하는 방식 개혁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내놓고 있습니다. 과연 언제쯤 우한 폐렴 사태가 진정될 수 있을지, 이번 사태가 기업의 근무형태 변화 전환점이 될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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