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집값·경기상황 진단 놓고 '갑론을박'

입력 2020-02-04 17:10   수정 2020-02-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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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은 부동산 가격과 경기 상황을 놓고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지난달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주장한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컸던 반면 금리동결 의견을 제시한 고승범·임지원·이일형 위원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은이 4일 공개한 지난달 29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기조적 물가상승률의 점진적 하락 추세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욱 둔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공급부족에서 비롯한 서울지역 신규·재건축 아파트가격 급등 문제를 전국적·무차별적 효과를 나타내는 통화정책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또 다른 위원은 "한국 경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잠재성장률 경로를 상당폭 밑도는 성장 추이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기 부진을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계부채와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 문제는 금융건전성 정책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는 것이 적절한 정책 분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신인석·조동철 위원과 달리 고승범·임지원·이일형 위원은 급등한 부동산 가격을 더 심각한 현안으로 봤다. 경기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리동결을 주장한 한 위원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다"며 "저금리 정책 지속이 소비·투자와 같은 실물경제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부문으로의 자금흐름을 확대하고 한계기업의 연명수단이 되고 있다"며 "부동산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는 완화적 통화정책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구조 개혁이 우선이고 완화적 통화정책은 후순위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잠재성장률 약화로 유발되는 내수부진을 구조개혁 없이 완화기조 확대로만 대응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부채규모, 부동산시장 쏠림현상, 점진적으로 부채에 의존해야만 유지되는 기업들의 확산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국내 경제상황은 부분적으로 개선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중 무역관계와 반도체경기 상황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가격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금융여건이 상당히 완화적인 가운데 일반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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