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감수하고 에너지사업 승부수…에스에이티 "2차전지 소재 양산"

입력 2020-02-05 17:16   수정 2020-02-06 01:16

경기 시흥시의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에이티(대표 소진석)의 2015년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50% 가까이 줄었다. 영업이익은 36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2004년 창업 이후 11년 동안 계속되던 흑자 행진이 멈췄다. 디스플레이 장비사업보다 2차전지 소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소진석 대표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장비사업 성장에 한계를 느껴 적자를 감수하고 에너지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며 “지난 5년 동안 배터리 소재 및 ESS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인력 채용과 장비 구입 등에 5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에스에이티는 2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바인더와 코팅첨가제 소재 개발에 성공해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5일 밝혔다. 바인더는 2차전지 안에서 활물질과 도전재가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접착 역할을 한다. 접착력이 강한 바인더는 전기화학적 안정성과 배터리 전체 품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바인더 개발을 위해 5년간 3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활물질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전극 반응에 관여하고, 도전재는 이온 전도성을 높여주는 소재다.

코팅첨가제는 배터리 분리막에 적용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방지하면서 이온의 전도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재다. 분리막 훼손 방지와 배터리 화재 예방 역할을 한다. 바인더와 코팅첨가제는 2차전지의 구성 요소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기능을 극대화해주는 필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 소재를 주로 독일과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소 대표는 “지난해 9월 바인더와 코팅첨가제 전문생산업체인 에코케미칼 법인을 별도로 설립했고 올해 양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차전지 소재 국산화를 지속하기 위해 울산과학기술대, 울산대, 울산테크노파크와 산·학·연 협업체제를 구축했다.

에스에이티는 2015~2016년 20억원을 투입해 주거와 상업용 ESS를 개발했다. 주거용은 가정에서 요금이 저렴한 심야 시간에 전기를 저장해 놓고 비싼 낮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장치다. 비상 상황에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주파수를 변동시켜 전력 품질을 높일 수 있어 미래의 가정용 전자제품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5년 미국 뉴저지주에 ESS 판매사인 에스에이티USA를 설립한 이 회사는 2018년부터 미국에 주거 및 상업용 ESS를 판매하고 있다. 소 대표는 “디스플레이 장치사업을 통해 익힌 기술력으로 배터리 소재와 ESS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 에너지 백년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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