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의견과 맞게 GPA가 개혁되지 않으면 GPA에서 나가는 방안을 담은 행정명령 초안을 회람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이 GPA에서 탈퇴하면 8370억달러 규모의 미국 공공 조달시장에 입찰해온 외국 기업들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GPA에서 탈퇴하면 미국산 우선 구매 규정(Buy American Act)을 적용하게 된다. 그동안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했던 영국, 일본, 한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과 맺은 계약 규모는 총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였다. 국가별로는 EU(28억달러), 일본(11억달러), 한국(7억5500만달러), 캐나다(6억236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미국의 GPA 탈퇴 움직임이 동맹국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새로운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의회 비준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탈퇴 움직임이 트뤼도 총리의 발목을 더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영국, EU 등과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WTO 고위직 출신인 스튜어트 하빈슨은 “이번 탈퇴 고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며 “WTO가 미국을 원하는 만큼 미국은 WTO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멕시코 및 캐나다와의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철강, 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매겼다. EU에는 협상이 본격화하기 전에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로 위협했다. 다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GPA 문제에 대해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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