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다음달 중순 이후 정기 주총을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달 내 회계법인 감사가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넥센타이어는 20년간 유지해온 정기 주총 1호 개최사 기록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급적 이달 안에 정기 주총을 열고 싶지만 회계법인의 감사 일정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다음달로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넥센타이어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2월 결산 상장사 중 가장 이른 시기인 2월 중순께 정기 주총을 열었다. 경영 성과를 최대한 빨리 알리고 먼저 배당금을 지급하는 게 주주 중시 경영의 일환이라는 회사 방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도 2월 19일 정기 주총을 열어 20년째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날까지 정기 주총 일정을 확정한 기업 중 가장 빠른 곳은 미원화학이다. 미원상사에서 분할돼 화학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미원화학은 오는 25일 상장사 중 가장 먼저 정기 주총을 열 예정이다.
정기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곳은 넥센타이어뿐만이 아니다. 올해 상장사들은 신(新)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여파로 주총 일정을 예년에 비해 늦추고 있다. 신 외감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내부회계제도에 대해서도 감사를 받아 이번 주총에 감사보고서를 내야 한다. 기존에는 검토만 받아도 됐지만 올해부터는 사업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받아야 한다. 넥센타이어 외에 올해 정기 주총 전에 내부회계제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11곳, 코스닥시장 상장사 3곳이다.
이 때문에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감사 관련 인력을 전년보다 10% 이상 늘렸지만 여전히 일정에 쫓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연초 회계법인 업무가 집중된 데다 자산 규모가 큰 대기업부터 감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주총 일정을 잡지 못해 초조해하고 있다”고 했다.
넥센타이어는 다음달 중순 이후로 정기 주총 일정을 확정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넥센타이어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변경,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넥센타이어의 일부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넥센타이어가 올린 이사 5명의 보수한도액으로 60억원을 배정하는 안건에 ‘경영 성과에 비해 과도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넥센타이어는 1958년 4월 설립된 타이어 전문업체다. 1999년 넥센에 인수됐다. 넥센(43.3%)이 최대주주로, 넥센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합산 지분율은 66.0%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7.21%(지난해 9월 말 기준)다.
넥센타이어는 체코 신규 공장과 마곡 연구개발(R&D)센터 건설 등 투자 확대로 2018년 이후 차입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차입금은 6357억원이었는데 지난해 9월 말에는 1조56억원으로 뛰었다. 매년 꾸준히 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려 재무구조를 떠받치고 있다. 다만 올해 이후엔 투자가 마무리되는 데다 체코 공장의 가동률이 개선돼 차입 부담이 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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