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을 다룰 한진칼 주주총회(다음달 말)를 앞두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3.45%)과 소액주주(약 30%)를 공략하기 위한 양측의 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조 회장 측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율은 33.45%, 조 전 부사장이 포함된 ‘3자동맹’의 지분율은 31.98%(의결권 기준)다.
“비주력사업·자산 연내 매각”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비주력 사업과 관련 자산을 연내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놀리는 땅과 자산을 처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10%에 달한다.
연내 매각하기로 한 자산은 서울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인천 을왕리)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이다. 경복궁과 덕성여고 사이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3만6642㎡ 규모다. 공시지가는 3130억원(지난해 7월 기준), 현재 시가는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박근혜 정부 때 이곳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 했지만, 문화재 보호란 벽에 부딪혀 무산됐다.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리조트·마리나 시설 운영사다. 조 전 부사장은 2011년 이 회사 설립 때부터 ‘땅콩회항’ 사건이 벌어진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조 전 부사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대표를 맡다가 작년 11월 인사에서 조 회장 측 인사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134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왕산레저개발은 2018년 매출 7억원, 순손실 49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실화됐다.
한진그룹 측에선 대한항공의 이날 자산 매각 발표에 대해 “조 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한 간담회를 통해 ‘이익이 안 나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루트를 차단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대한항공이 매각하기로 한 레저·호텔 사업은 과거 조 전 부사장이 주로 맡았던 분야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이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주주가치와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새로 설치하는 안도 의결했다.
KCGI “현 경영진 신뢰 어려워”
대한항공이 이사회에서 의결한 사항들은 그동안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이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2018년부터 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과도한 부채비율 해결을 촉구해왔다.
KCGI는 대한항공 이사회를 의식한 듯 이날 ‘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KCGI의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CGI는 ‘3자동맹(조현아·KCGI·반도건설)’에 대해 “비전도 능력도 없이 한진그룹을 사유물처럼 운영하는 기존 경영 체제를 새로운 전문경영체제로 바꿔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를 단순한 가족 간 분쟁으로 호도하는 일부 왜곡된 시각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그룹 경영진이 뒤늦게 새로운 경영 개선 방안을 내고 주주들과 논의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주주들을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과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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