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등 대거 포함…주총 앞두고 '당혹'

입력 2020-02-08 02:00   수정 2020-10-19 19:14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 등 56개 회사에 대해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공격 대상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국민연금 경영참여 가이드라인(지침)’을 통과시키면서 올 3월 정기 주주총회부터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은 배당 부실, 임원 보수 과다, 횡령·부당지원 등 법령 위반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정하고 단계별로 주주활동(비공개 대화,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중점관리기업 공개, 주주제안)을 한다. 이번에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꾼 기업은 대부분 비공개 대화 대상 또는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된 곳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오는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주주활동에 나설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자본시장법 주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민연금에 주주활동과 관련해 공식적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주주활동에 나설 생각을 하고 있다면 즉시 보유 목적을 변경 공시할 것을 권고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으나 배당,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안하는 적극적 주주활동을 할 수 있는 유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오는 정기 주총 시즌에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1차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대상 기업 명단을 추가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7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작년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1%(약 123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수는 작년 말 기준 313개에 달한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요주의 기업’이 공개되면서 해당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명단에 포함된 사실 자체가 자칫 배당이나 지배구조 면에서 부실한 기업이라는 신호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종을 대표하는 거의 모든 국내 상장사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전방위적인 경영개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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