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주주행동 팔 걷은 한국투자밸류운용…"넥센, M&A 나서라" 주주서한

입력 2020-02-07 17:05   수정 2020-02-08 00:58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넥센에 인수합병(M&A)을 포함해 과감한 신성장동력 투자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자동차 타이어 제조 및 판매에만 집중하는 현 사업구조만으로는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본업 외 과감한 투자를 경계하는 가치투자 관점에선 흔치 않은 요구로 관심을 끈다.

“타이어 집중에서 변신 필요”

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이채원 대표가 이끄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달 31일 넥센그룹의 지주회사인 넥센에 주주가치 증대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체 신사업 검토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라는 게 핵심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넥센에 이 같은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넥센의 영업이익이 작년까지 3년 연속 내리막을 타고 있어 사업구조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10년 만에 400만 대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전반적인 경제성장률 둔화도 내구재인 자동차 시장 성장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넥센은 넥센타이어, 케이엔엔, 넥센디앤에스를 주력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회사다. 그룹 매출의 97.1%가 타이어를 포함한 고무 사업에서 나온다.

넥센도 내부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나 그동안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M&A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 수년 동안 사업구조 재편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줄 것을 비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서한을 보냄으로써 요구 수위를 높이는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넥센 지분 13.77%(지난해 9월 말 기준)를 갖고 있다. 강호찬 넥센 부회장(48.49%)에 이어 두 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강 부회장은 강병중 넥센 회장의 외아들이다. 강 회장은 넥센 지분 8.61%를 보유하고 있다.

세방 등에도 주주서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넥센 외에도 세방전지와 세방, KISCO홀딩스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세방전지에는 배당성향 제고와 중장기적인 배당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자사주 활용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사항도 전달했다. 세방에는 자사주 매입 혹은 소각 등 자사주 활용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KISCO홀딩스에는 자회사 지분 확대와 자회사의 자사주 매수 방식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달라고 밝혔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운용사들의 이 같은 주주서한 발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주주 활동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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