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 압도적 영상미…잔인한 전쟁의 속내를 들추다

입력 2020-02-17 17:39   수정 2020-02-18 03:11

평화로워 보이는 초원에 앉아 있던 두 영국 병사 스코필드(조지 매카이 분)와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 분)가 긴급 호출된다. 독일군에 의해 통신망이 파괴된 채 고립된 영국군 부대 지휘관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에게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 분)의 공격 중지 명령을 신속히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늦어지거나 전달하지 못할 경우 그 부대는 함정에 빠져 몰살당할 상황이다. 두 병사가 임무 완수를 향해 달리는 동안 관객은 1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전쟁의 본질을 목격하게 된다.


19일 개봉하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혁신적인 스타일로 제작한 전쟁영화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부문에서 ‘기생충’에 밀렸지만 촬영·음향·시각효과상 등 기술 부문 3관왕에 오른 수작이다. 그만큼 촬영 기법과 영상미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카메라는 시종 두 병사가 아군 참호로 달려가는 모습을 따라가는데, 그 모습이 끊김 없이 거의 한 장면처럼 표현됐다. 이 장면은 시간의 절박함과 현장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른바 ‘원 컨티뉴어스 쇼트’ 방식을 사용했다. 한 번에 촬영하는 원테이크 쇼트와 달리 장면을 나눠 찍은 뒤 이어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세트장과 장면의 길이, 배우의 동작이 일치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연출력을 요구한다.

두 병사가 거쳐가는 기다란 참호는 시간의 절박감과 초조함을 더해준다. 참호 장면은 초반과 마지막에 나온다. 병사는 그 기다란 참호를 끝까지 걸어가야만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스코필드는 드디어 아군 진영에 도착하지만 지휘관을 만나기 위해 다시 포화 속으로 달려가야만 한다. 전장에서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두 병사가 적군에게 베푸는 호의가 적의로 돌아오는 장면도 ‘소통 부재’를 나타낸다. 한 영국 병사는 죽고, 다른 한 명은 죽음의 위기에 빠진다. 전장의 군인들은 판단력을 상실한 채 오로지 ‘싸움만이 살길’이란 프레임에 지배받는다는 의미다.

아군의 지휘관도 전의로 불타올라 처음에는 공격 중지 명령을 주의 깊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격 중지 명령서를 여러 명이 보는 데서 전달하라는 충고가 곁들여진다. 누군가는 전쟁을 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매켄지 중령의 얼굴에 팬 상처도 그의 호전성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전쟁은 인간의 호전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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