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국회의원 선거 때면 정당마다 어떻게든 실수를 줄이려고 노심초사한다. 노인 폄하, 장애인·소외계층 비하, 이런 말 한마디에 판세가 흔들리기도 한다. 좋게 말해 정책 평가이고, 그간의 ‘선량’들 행태와 평소 언행 이런 게 표심에 작용한다. 가령 “조국의 행적만큼은 내가 심판하겠다”는 여당심판론이나 “어설픈 웰빙족은 내쫓겠다”는 야당심판론이 다 그렇다. 올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도 대체로 그런 틀에서 움직일 공산이 크다. ‘과거 싸움’이든 ‘미래 투쟁’이든 선거에서는 자충수(自充手)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투표 행위에 내재된 감정과 감성, 느낌과 직관, 인상과 분위기 같은 요인을 감안해보면 그럴 만하다. 서구에서도 “선거는 사실상 미인대회”라는 말이 일찍부터 있어 왔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풍향계라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민주당이 선거관리를 제대로 못해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있다. 1765개 선거구 중 집계가 맞지 않은 데가 100곳을 넘어 ‘재검토’ 결정까지 내려졌다. 정치 신예 피트 부티지지와 노장 버니 샌더스 간 격차가 0.1%포인트에 그치면서 서로 1위라는 주장만 거칠어졌다. “당내 경선관리도 못하면서 무슨 국가 운영이냐”는 공화당 쪽 조롱을 보면 초반부터 자책골을 하나 단단히 날린 분위기다. ‘트럼프 정권 심판론’이라도 펴려면 적잖은 반전 노력이 필요해졌다.
자충수나 자책골로 무너지는 것은 한국 정당에서도 흔한 현상이다. 4년 전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인한 ‘김무성 옥새파동’이 자살골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당의 자충수는 정파적 손해로 끝나겠지만, 문제는 국가적 자충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희한한 선거 방식이 새로 도입돼 투표가 복잡해졌고 개표도 어려워졌다. 이번 총선에서 아이오와 개표 같은 논란이라도 빚어지면 대한민국의 국제 망신이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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