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회사채 시장 연초부터 '이상 기류'…A급 한국토지신탁 수요확보 실패

입력 2020-02-09 17:19   수정 2020-02-10 02:36

마켓인사이트 2월 9일 오후 3시13분

부동산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이 회사채 투자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회사채 발행여건이 가장 좋은 연초부터 A급(신용등급 A-~A+)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모으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 7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수요예측(사전청약)에서 165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매수주문처 대부분이 개인에게 채권을 매매하는 증권사의 소매판매부서였을 정도로, 기관들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연초에 A급 기업이 채권 모집액을 채우지 못한 것은 2017년 2월 OCI 이후 3년 만에 생긴 일이다. 1~2월은 기관들이 신규 운용자금의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시기이기 때문에, 채권발행시장에서는 회사채 수요를 모으기 가장 좋은 때로 꼽힌다.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여섯 번째인 ‘A’(안정적)다.

A급 회사채와 이보다 우량한 AA- 등급 이상 회사채의 수익률 격차가 좁혀지면서, 기관 자금이 우량 회사채로만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한국토지신탁 3년물 금리는 연 2.142%로, 만기가 같은 ‘AA-’ 등급 회사채 평균금리(연 1.687%)보다 0.455%포인트 높은 정도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 하락으로 A급 회사채의 위험성에 비해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올해 A급 회사채 소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의 실적 악화도 기관들이 투자에 주저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회사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1325억원으로 2018년보다 28.2%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204억원)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반 토막’ 났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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