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지난해 세금 성적표’가 나오는 2월마다 기획재정부는 속앓이를 했다. 전년도에 예측한 세수추계 오차율이 늘 전망치를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세금은 전망 대비 10조~20조원씩 더 걷혔다. 2018년에는 전망치보다 25조4000억원 더 들어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세수 펑크’라는 비판을 피하려 일부러 빠듯하게 예측한 게 아니냐”는 억측도 나왔다.
10일 발표된 재정동향에서 지난해 세수추계 오차율이 0.5%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마침내 기재부가 이런 오명을 벗게 됐다. 오차율 0.5%는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걷은 세금은 총 293조5000억원이었다. 당초 전망치(294조8000억원)와 1조3000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마저도 예고없이 시행됐던 개별소비세·유류세 인하 연장과 증권거래세 인하 정책의 세금 감소효과 규모와 일치한다. 1년 전 예측했던 국가 전체의 살림살이가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과거 한국의 세수추계 오차율은 주요 국가 가운데 높은 편에 속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3~2017년 세수추계 오차율은 한국 6.3%에 달했다. 일본(5.1%), 미국(4.7%), 호주(3.3%) 등보다 높다.
이랬던 예측 오차가 갑자기 크게 개선된 이유가 뭘까. 전문가 및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적극 강화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세수를 예측하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기업과도 수 차례 만나며 법인세수 예측에 업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존 예측 모델 및 변수 보완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오차율이 0%에 수렴하게 됐다는 평가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300조원 규모의 국가 재정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운도 크게 작용했다”면서도 “기재부의 세수 예측 역량 강화로 세금 ‘과소 추계’ 현상이 사라지면서 한 해 나라 살림을 전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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