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유럽연합(EU)과 결별함으로써 이민 정책과 투자 정책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며 “항상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EU 체제에 비해 더 열린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확정했고, 3년여 만인 지난달 31일 공식적으로 EU에서 탈퇴했다. 이 기간 동안 영국과 EU는 물론 전 세계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스미스 대사는 그 이유에 대해 “3년 전 국민투표가 ‘어떤’ 브렉시트를 할 것인지 묻지 않고, 단순히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만 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말 총선을 통해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를 완료해야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며 “EU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양측이 매듭을 지으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전했다. 양측은 먼저 ‘이혼’을 공식화한 다음, 연말까지 향후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협의하기로 했다.
그는 최근 영국 중앙은행(BOE)이 노딜(협정 없이 EU와의 관계 단절)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8%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학술적으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너무 앞서간 예측”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느 누구도 ‘노딜이라도 오케이’라고 하진 않는다”며 “이런 결말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브렉시트 결정 초기에는 영국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스미스 대사는 이런 견해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3년 동안 외국인직접투자(FDI) 부문에서 영국은 유럽 내 최고 지위를 놓치지 않았고,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에서 투자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대사는 “런던 시티(금융 중심가)는 좋은 아이디어와 신속한 해결책을 대단히 역동적인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영국만의 자산이 아니라 세계의 자산으로, EU에서 탈퇴하는 게 이런 경쟁력을 해치는 일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EU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EU와 영국이 서로 세율을 낮추기 위해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지난 3년간 국내 기업들에 브렉시트 상담 창구 역할을 했다. 그는 “작년 상반기까지는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올해 말까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적용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한·영 FTA를 적용하기로 작년 8월 결정된 후에는 불안감이 상당폭 줄어든 느낌”이라고 전했다.
스미스 대사는 브렉시트 이후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있는지에 대해 “지금도 이미 좋은 투자 유치 프로그램이 많다”며 “브렉시트 협상이 완료된 후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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