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고용 연장이 필요한 이유로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로 정부 14개 부처와 10개 연구기관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집중 논의한 끝에 계속고용제의 도입 여부를 2022년부터 검토하기로 결론 낸 게 작년 9월이다.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청년 고용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선행조치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불쑥 ‘고용 연장’을 끄집어낸 것은 야당의 주장처럼 ‘총선용 발언’이라는 의심을 자초하는 일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은 채 밀어붙인다면 인건비 부담 급증으로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쥐어짜면 된다’ 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힘들어하는 적잖은 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60세 정년’ 도입 후 구조조정이 활발해져 오히려 조기 퇴직이 늘고 퇴직연령도 더 낮아진 것과 같은 부작용이 더 뚜렷해질 개연성도 높다.
‘고용 연장’ 검토를 주문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노동시장 실상에 대한 오해에 기초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을 더한다. 문 대통령은 고용 연장을 지시하면서 “지난해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가 30만1000명으로 선방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직전 해의 고용이 워낙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다.
재정퍼붓기에 의존한 60대 이상 취업 증가자 37만7000명을 빼고 나면 오히려 7만6000명이 줄었다. 40대와 30대 취업자가 각각 16만2000명, 5만3000명 줄었고,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도 8만1000명 감소했다. ‘그냥 쉰다’는 근로자가 209만 명으로 사상 최초로 200만 명을 웃돌고 비정규직이 급증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년 추가연장’은 언젠가 가야 할 길이다. 장·노년층 일자리 확대에 반대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을 외면한 채 고용연장만 밀어붙이는 건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다. 단기알바, 구직포기자를 포함한 지난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1%로 5년래 최고치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건 결국 기업”이라면서 정작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여건을 악화시켜나가고 있는 모순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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