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끝났다"…예·적금 금리 낮추는 시중은행[이슈+]

입력 2020-02-12 11:00   수정 2020-02-12 11:16



한동안 잠잠했던 시중은행의 예·적금(수신) 금리 인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 비율) 규제 등으로 미뤄왔던 인하 시기가 도래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일부 수신 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KB국민은행은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 상품의 연동단위기간(1~6개월) 금리를 기존 0.70~1.10%에서 0.60~1.00%로 변경했다.

단위기간금리연동형 상품은 가입 기간 내에 회전 주기가 반복되면서 자금이 굴러간다.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중도 해지하거나 분할 해지를 하더라도 회전주기 단위로 약정이율을 보장 받을 수 있다. 단위기간을 1개월로 설정하면 1개월 이후 해지하더라도 1개월에 대한 이자를 받는다.

'KB국민UP정기예금'의 경우 계약 기간에 따라 1.35~1.50%이던 금리를 1.10~1.30%로 낮췄다. 누적 평균 금리는 1.42%에서 1.20%로 0.22%포인트 낮아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단기 금융시장 실세금리 하락을 반영해 두 상품의 기본 금리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WON 예금'과 '위비정기예금'의 금리를 내렸다. 기간에 따라 연 0.50~0.95%의 금리가 주어졌던 WON 예금은 연 0.50~0.87%로 변경됐다. 위비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1.4%에서 연 1.1%로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이 없으나 신한은행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신 금리 변경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시중은행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2%대 초반이었으나 1년 사이에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1.25%로 인하했음에도 공격적으로 수신 금리를 낮추지 못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신 예대율 규제를 감안할 때 수신 금리를 낮추면 예금자의 이탈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은 예대율 100%를 넘으면 안된다. 신 예대율에서는 가계대출의 가중치가 15% 상향되는 반면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하향한다.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더 많은 예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금 유치를 위해서는 다른 은행보다 경쟁력 있는 수신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수신 시장금리가 내려간 상황에서 수신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선뜻 예금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눈치를 보던 은행들이 줄줄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가 전망되고 있는 만큼 0%대 예금 금리 시대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은지/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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