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년 넘게 공을 들인 인공지능(AI)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가 이달 말 출시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는 '갤럭시S20' 시리즈 사전 구매 혜택 중 하나로 갤럭시 홈 미니를 무료 제공한다. 오는 27일부터 사전 예약자에 대한 개통이 이뤄지므로 갤럭시 홈 미니는 2월 중 정식 출시가 확실시된다.
AI 스피커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다. 아마존·구글 등은 이미 4~5년 전부터 AI 스피커를 내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아마존(28.3%) 구글(24.9%) 바이두(10.6%) 알리바바(9.8%) 샤오미(8.4%) 애플(4.7%) 등이 AI 스피커 시장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투톱' 아마존과 구글이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선두업체 격인 아마존의 '에코 닷', 구글의 '구글 네스트 홈 미니' 같은 경쟁자들이 즐비한 시장에 삼성전자가 이제야 AI 스피커 제품을 출시하는 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사실 삼성은 꾸준히 AI 스피커에 공을 들여왔다. 삼성전자는 2018년 '갤럭시 노트9'를 공개하며 20cm 크기 대형 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선보였다. 단 경쟁사 제품에 비해 크기가 너무 크고, '빅스비 2.0'만 지원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시장에 정식 출시하지는 않았다. 이후 삼성은 인테리어에 적합한 작은 디자인에 차별화된 기능을 갖춘 AI 스피커 제작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갤럭시 홈 미니로 차별화 포인트는 '강력한 연결성'이다. 갤럭시 홈 미니는 삼성전자 제품이 아니어도 적외선(IR) 리모컨으로 구동 가능한 모든 제품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구글 AI 스피커는 직접 파트너십을 맺은 기기가 아니면 작동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경우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스마트폰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홈 미니의 인터넷 연결 여부와 상관 없이 타사 제품, 기존에 구입했던 구형 가전들까지 모두 호환이 가능하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열린 'CES 2020'에서 "갤럭시 홈 미니를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가전이 상호작용하는 최고의 경험을 소비자들이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갤럭시 홈 미니에는 여러 기능들이 탑재됐다. 마이크 2개를 내장해 삼성 AI 플랫폼 빅스비를 통해 먼 거리에서도 음성을 인식할 수 있다. 어디에서든 입체적 음향을 들을 수 있는 '서라운드 사운드'와 스마트폰을 곁에 두지 않아도 음성만으로 전화나 메시지를 수신·발신할 수 있는 기능, 가전제품 작동 상태나 교체 시기, 화재, 연기 등 비상상황 감지 알림 등이 가능하다.
갤럭시 홈 미니 출시와 함께 삼성전자는 '멀티 사물인터넷(IoT) 허브' 구축에도 박차를 가한다.
AI 스피커가 기존 가전 음성 인식에 방점을 뒀다면,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멀티 IoT 허브 전략은 새롭게 출시할 TV, 냉장고 등 가전기기 역시 AI 스피커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독자적 IoT 허브가 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가전 신제품에 삼성의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빅스비를 공격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멀티 IoT 생태계를 구축해 소비자 편의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교체 주기가 길어져 판매량이 정체에 접어든 가전제품 시장에서 새로운 니즈를 창출하는 시도다.
단 IoT 사업을 뒷받침할 AI 소프트웨어 빅스비의 경쟁력이 고민거리다. 빅스비는 전반적 인지도가 낮은 데다 언어 인식 등에서 오류가 잦다는 지적을 받았다. SA에 따르면 스마트폰 AI 비서 시장에서 빅스비의 점유율은 최근 3년간 10%대에 갇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스비의 음성인식 수준이 완벽하지는 않은데 이미 경쟁이 치열한 IoT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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