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규제 완화 등을 약속하며 투자를 독려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눈길을 끄는 것은 ‘감세(減稅)’를 언급했다는 점에서다.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증세’였다.
청와대는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우한 쇼크’와 관련해 기업 세금을 깎아주고 ‘유턴’ 기업 등에 세금 감면을 늘리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세율 인하와 같은 본격 감세는 아닐 것이고,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정도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감세가 됐든, 세액공제가 됐든 기업 세금 부담을 낮춰주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그것도 6대 그룹 총수와 만난 자리에서였다는 것은 ‘대기업 증세’라는 정책 기조에 변화 가능성도 없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됐을 때를 비롯해, 여러 차례 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규제 완화 약속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기업 지배구조나 일감 몰아주기, 환경 관련 규제 등은 오히려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되지 않으려면 ‘반(反)기업, 친(親)노조’로 요약되는 정책기조부터 바꿔야 한다. 정책의 틀이 바뀌지 않으니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 완화를 약속해도 공염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조세정책 역시 일회성 감면에 그치지 말고, 감세기조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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